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진행되던 간판 개선 사업이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시민참여형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올해부터 상점 주인이나 상가협의회 등 민간 분야에서 사업을 주도하고 시에서는 이를 지원하는 시민참여형 간판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시에서 일정 구간을 지정해 모든 간판을 일률적으로 정비하는 행정주도형 사업이 지역의 특색과 업소의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이고 단순한 간판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파주시는 올해 간판 개선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지역의 상가 등을 대상으로 간판 개선 사업 신청을 받아 87개 업소의 간판을 정비했다. 상점 주인 등이 간판 교체 계획서 등을 시에 제출하면 시의 광고물관리심의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에 맞춰 심사를 한다. 위원회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간판에 대해서는 시가 업소당 최대 200만원까지 비용을 지원해 준다. 시는 이를 위해 1억5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박노정 파주시 광고물계획팀장은 “시민참여형 간판 개선 사업을 추진한 이후 개성있고 특색있는 아름다운 간판들이 더 많아졌다”며 “간판에 대한 시민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민참여형 간판 개선 사업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지난해부터 아름다운 간판문화를 만들어 가는 지역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예쁜 간판 녹색 간판상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지역의 품격을 높이고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빛낸 21개 간판을 선정해 시상한 데 이어 올해도 응모한 79개 간판을 심사해 시상할 계획이다.

파주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일찍 간판의 중요성을 깨닫고 간판 개선 사업을 시작한 선도적 지자체 가운데 한 곳이다. 김태회 도시미관과장은 “급속하게 발전하는 파주시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간판 개선 사업에 일찍부터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지난 2005년부터 올 7월 말까지 2345개 업소의 4174개 간판을 정비했다. 이에 투입된 예산도 80억원이 넘는다. 또 320만건이 넘는 불법 광고물도 적발해 처리했다. 광고물계획팀 정권화 주무관은 “처음에는 상점 주인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간판이 정비된 뒤 깨끗해진 도시 경관을 본 시민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간판 개선과 함께 간판 가이드라인 제정 등 제도적 정비에도 박차를 가했다. 파주시는 2009년 ‘1업소 1간판’ 원칙을 토대로 간판 종류와 크기, 설치 위치, 글자 크기 등을 규정한 광고물 고시를 제정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5㎡ 이하의 간판은 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지만, 파주시에서는 주민대표 등이 참가한 광고물 디자인사전협의라는 별도의 심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파주시는 도농복합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이 간판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별로 세분화된 관리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파주시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경기도에서 6년 연속 간판 개선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으며, 2006·2008·2010년 등 모두 세 차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또 전국 524개 기관, 5100명이 간판 개선 행정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파주시를 찾는 등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파주=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