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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50대의 선택 / 함광남 지음 / 이지출판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을 본 적이 있으신지?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의 오디션 과정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소감을 시청자 게시판 등에 올렸다. 이 합창단은 이름처럼 이팔청춘의 젊은이들이 참가한 노래 모임이 아니다. 196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 즉 우리 나이로 치면 52세 이상에게만 오디션에 응할 자격이 주어졌다. 인생을 반 백년 이상 산 사람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모습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50대와 60대의 강을 이미 건너온 한 경영컨설턴트가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소개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50대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그는 어떤 사안에 대해 에두르지 않고 분명하게 말을 한다. 예컨대, 정년 퇴직금으로 창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가능하면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업을 해서 성공과 실패를 다 겪어본 그는 직장인으로 평생 살아 온 사람이 ‘타고난 염색체가 다른’ 사업가들과 경쟁해서 이기기는 힘들다고 단언한다. 퇴직금이라는 목돈을 유지하는 게 낫지, 그것을 모험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창업을 하겠다는 이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생계비는 남겨두고 투자금은 당신이 손해를 봐도 될 정도의 금액만으로 한정하시라.”

정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48∼56세)는 712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83.4%는 “노후를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절정의 시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갈고 닦아온 지혜와 경륜이 빛을 발하며 하는 일과 지위에 따른 권위를 누릴 나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퇴직 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그럼에도 많은 직장인들이 막연히 걱정만 할 뿐 구체적으로 은퇴 후의 모습을 설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설문조사 결과다.

저자는 지금부터라도 인생대차대조표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라고 말한다. 도표의 왼쪽에 자산 내역, 자신의 장점과 권리, 건강 등 플러스 요인을 기록하고, 오른쪽에 부채, 자신의 약점, 의무 사항 등 마이너스 요인을 기록한다. 또한 자신의 변천사를 10년 단위별로 체력, 행복도, 경력, 재정상태, 가족 관계 등으로 나눠 작성해본다. 그러면 향후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50대에게 창업 대신에 취업 연장 혹은 재취업 노력을 기울이라고 강력히 권한다.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렇기에 특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우선 현재 있는 회사에서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의 업적을 만들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게 가능할 때는 거기에 ‘올인’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과감히 물러날 수 있어야 한다. 전직을 하려면 50세 전후가 좋다. 정년 후는 늦다. 지금 다니던 회사보다 규모면에서 한 등급 아래 회사가 좋다.

종전보다 한두 직급 더 상위 직급의 대우를 받기도 하고 상임고문으로 위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문으로 갔을 때는 그 회사의 경영에 대해 지적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해야 인정을 받게 된다.

전직이 여의치 않아서 한동안 퇴직자로 가정에 머물 때의 처신이 중요하다. 남자들은 대개 ‘폼생폼사’다. 가족에게도 잘나 보이려 하다 보니, 자신에게 어려운 일이 닥쳐도 무조건 잘 될 거라며 큰소리친다. 그런 사람이 집에만 들어 앉아 있게 되면, 아무래도 아내와 불화를 일으키기 쉽다. 저자는 “50대의 남자는 가족에게까지 스타 플레이어로 살려고 하지 말라”고 말한다.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에게 재무 상태 등 모든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앞으로의 삶을 함께 설계하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50대의 삶에 대해 조목조목 조언하고 있는 이 책을 읽다보면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절로 떠오른다. 자신의 인생 무대를 스스로 가꿔나가는 열정이 젊은이들 못지않게 풋풋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뮤얼 울먼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청춘은/ 젊은 육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 정신 속에 있는 것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