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마인드 / 리처드 왓슨 지음, 이진원 옮김/청림출판

앨빈 토플러, 다니엘 핑크와 함께 ‘세계 3대 미래학자’로 불리는 저자는 디지털시대의 미래에 매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디지털기술은 놀라운 발명품이지만, 인터넷이 우리를 지배하게 되면 개인들이 혼란에 빠져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는 시대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멀티태스킹에 익숙하고 글자보다 이미지를 선호하며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는 21세기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스크린에이저(Screenager)’ 세대가 의사결정 능력에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디지털시대 생활 패턴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스크린에이저’들은 새로운 정보를 좇는데 온통 머리를 쓰다 보니 정작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여유나 능력은 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미래 사회를 지배할 10가지 트렌드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빨리 생각하는 것은 능숙하게 하지만 생각의 질은 떨어뜨리는 멀티태스킹에 반발해 미래에는 ‘싱글태스킹(singletasking)’이라는 트렌드가 생겨날 것이다. 또 슬로푸드 운동처럼 천천히 생각하자는 ‘슬로 싱킹(slow thinking)’ 운동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자신의 두뇌를 엿볼 수 있게 허용할지 여부를 두고 ‘정신의 프라이버시’가 뜨거운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IBM, 코카콜라, 맥도날드, 토요타 등 글로벌기업과 정부기관의 미래 트렌드를 컨설팅하고 있는 ‘트렌드 분석’ 분야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기업에서도 깊은 사고를 진작하는 업무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다가오는 미래 사회는 먼저 아는 사람이 아니라 깊이 깨닫는 사람이 주도할 것”이라며 “디지털문화에서 벗어나 ‘깊은 사고(deep thinking)’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1년에 두 차례씩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두절한 채 ‘생각 주간’을 가지며 은둔 생활을 즐기는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 빌 게이츠 같은 최고경영자(CEO)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깊은 사고를 위해 요구되는 것이‘디지털 다이어트(digital diet)’다. “사람들은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하면서 정보의 노예가 돼가고 있는데 뇌를 적절히 비우는 디지털 다이어트를 통해 갖가지 정보로 꽉 막힌 두뇌를 청소하고 창의적이고 폭넓은 사고를 갖게 될 것이다.” 예컨대 가끔 e메일도 보지 말고 휴대전화도 꺼두는 등 ‘축복받은 단절(blessedly disconnected)’ 상태를 즐기며 지루함이 주는 혜택을 누리라는 것이다.

‘디지털 다이어트’를 통해 잠재의식을 개발하고,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생각보다 직관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에 더 많은 가치를 두라는 저자의 조언은 직관을 중시하는 한국 선불교의 명상 수행법과도 일맥상통해 흥미롭다. 속도에 함몰되는 디지털 세계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미래적 삶의 대안으로 느리고 비우는 진중한 아날로그적 삶의 감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은 언뜻 ‘중용’의 철학을 떠올리게 한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