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외화유동성 확보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 배경에는 유럽, 미국 등 대외경제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유로 회원국 정상 간 합의에도 불구, 중장기적으로 유로존의 불안요소가 여전하다며 사실상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안 합의와 함께 재정난에 빠진 유로존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금융안정기구(EFSF)에 해당국의 국채를 시장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민간채권단의 손실 부담도 확대키로 했다.

한은은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불안요소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합의 내용 중 민간 채권단들의 손실 부담 확대가 신용평가사들이 주장하는 선택적 채무불이행(디폴트) 요인이라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실제 민간채권단 손실 부담 확대안이 발표되자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그리스 국채의 제한적 디폴트를 예고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대외 차입 통화는 69.3%가 달러화다. 이 가운데 유럽계은행(영국+유로)에서 차입한 달러가 41.8%에 달해 미국계 27.3%를 압도하고 있다. 재정위기가 확대돼 유럽계 은행이 자금환수에 나선다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유럽 지역으로부터의 차입금이 급격히 회수될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돼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국내은행의 외화차입여건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