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가를 받고 외국환 업무를 하는 외국환 은행들(외국은행 국내지점 제외)이 일제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수위에 맞춘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유럽지역 경제 불안감 지속, 미국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국내 금융 시스템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지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1일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제외한 외국환 은행들이 7월 말부터 6월 말 외화 현금 흐름을 토대로 외화 유동성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며 “분기 때마다 정례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대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스트레스 테스트의 강도를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외국환 은행들은 8월까지 테스트 결과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외화 유동성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7월 하순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확보와 외환 건전성의 중요성을 언급해 온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12개 은행(시중 은행+특수 은행)과 ‘금융기관 외화 유동성 특별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각 은행들에 비상시 외화자금 조달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제출토록 지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들은 법령에서 정한 총외화자산 대비 외화 안전자산 2% 이상 또는 2개월간 자금유출 가능액 보유 등의 의무 보유 한도는 웃돌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으로부터 유사시 외화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도 14억4000만달러로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은 편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소규모 개방경제(스몰 오픈 이코노미)인 우리나라의 경우 외부 충격이 오면 외화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늘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회경·임정환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