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방학이 일제히 시작되면서 자녀들의 ‘돌봄 공백’ 상황에 처한 맞벌이 부부들이 ‘교육’이 아닌 ‘보육’ 기능을 해줄 학원을 찾아 헤매고 있다.

방학 중에도 운영하는 학교 방과후 교실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수용인원이 제한돼 있어 신청 경쟁에서 밀려나기 십상인 데다 이른시간부터 수업을 하는 학원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한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녀들의 방학을 맞아 아이 맡길 곳을 찾는 ‘직장맘’들의 한숨소리들이 가득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학교 돌봄교실은 자리가 없다고 하고 학원은 전부 오후에만 수업을 한다”며 “오전 내내 아이를 집에 둘 수도 없고 끼니도 걱정된다”고 하소연을 늘어놨다.

실제로 많은 초등학교들이 방학 중에도 방과후 교실인 ‘돌봄교실’을 오전부터 운영하고 있지만 수용인원이 20명 이내로 제한돼 있는 데다 서울의 경우 전체 초등학교의 76.3%인 451개교만이 이를 운영하고 있어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저학년, 저소득층 등을 우선으로 받고 있어 경쟁에서 밀려난 맞벌이 부부들은 사실상 하루 종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설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등 2학년생 자녀를 뒀다는 한 학부모도 “지난해에는 돌봄교실 신청이 돼 잘 넘어갔지만 올해는 경쟁에서 밀려났다”며 “종일 수업을 진행하며 점심까지 제공해 주는 공부방이나 학원을 찾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일부 학원들은 방학 기간 동안 오전반을 운영, 사실상 종일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등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을 진행하며 점심도 제공한다는 한 보습학원은 “맞벌이 부부들의 오전반 문의가 많아지면서 지난해부터 방학마다 특강처럼 운영하고 있다”며 “오전반을 진행하는 학원이 많지 않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보습학원 또한 “오후반 수업료에 10만원을 추가하면 오전시간 동안 독서지도 등을 해주며 점심도 제공한다”며 “교육 목적이라기보다는 보육을 위해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