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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서울대 공과대 교수·전자공학

한나라당으로부터 시작된 ‘반값 등록금’ 문제가 순식간에 전국을 휩쓸고 있다. 그런데 전국을 논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당사자들은 슬그머니 말을 바꿔 ‘등록금 부담완화’라고 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정책 마련보다는 마치 절호의 기회를 맞은 듯 학생들의 모임을 부추기러 길거리를 쏘다니고 있다니 참으로 안쓰럽다.

문득 한 이동통신사 대표의 농담이 떠오른다. 외부 압력으로 이동통신 요금을 내린다고 하니 대표는 회사 매출 감소로 죽을 지경인데 대표 부인께서는 통신비가 내려서 가계 부담이 줄어들어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는데 등록금 내는 입장에서 싫어할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반값 등록금을 반대하는 대학 총장들도 개인 자격으로 돌아가면 자녀나 손자녀들의 등록금 부담이 줄어드니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등록금을 내리고 나서도 대학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나아가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 제고가 가능할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 과거 한국 언론들은 외국의 사설 기관이 전 세계의 대학 경쟁력 순위를 발표할 때마다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을 비교하면서 한국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이 세계 10위권 혹은 20위권에 하나도 없다고 대학을 다그쳤다. 그러면서 세계 유수 대학들의 학생당 교육비 지출 규모나 교수 1인당 연구비 지원 또는 연구시설 보유 규모 등의 비교는 외면했었다.

대학은 영리 기관이 아니다. 교육과 연구비를 투입해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를 통해 지적재산권 내지는 학술논문을 발표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1차적 목표다. 비록 비영리가 목적이지만 교육 연구기관의 성과가 투자비에 직접 비례하지는 않더라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고 교육과 연구의 질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국가 재정에서 보충하는 것이다. 국가재정에서 보충한다면 세수를 늘리거나 다른 부분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 주장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는 문제다.

일각에서는 공격의 화살을 대학 운영 부실과 교수 및 교직원들의 연봉 문제로 돌려 이를 해결하려 한다. 일부 부실 대학들의 대학 운영 실태 문제점은 교육 당국과 국회 및 시민단체들도 모두 알고 있다.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시간을 끌고 있다. 이 같은 부실 대학 문제와 정상적인 대학은 분리, 대응해야 맞다. 그런데 일부 단체는 부실 대학 문제점을 가지고 정상적인 대학을 공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논란이 대학 교수와 교직원들의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교수의 연봉을 짚어 보자.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후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평균 33세 전후에 처음으로 근로소득을 시작한다. 2∼3년 동안 연구경력을 쌓고 대학교수로 이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35세 전후에 시작하는 연봉이 연말정산 신고금액 기준으로 4500만원 안팎이다. 같은 경력의 기업체 이공계 연구원의 연봉이 7000만∼8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연봉이 아니다. 더러는 따지기를, 강의 시간에 비하면 연봉이 많다고 한다. 교수의 업적 평가는 강의, 학술연구, 학생지도, 연구과제 수행, 사회봉사 등 실로 다양하다. 대학마다 적게는 주당 9시간에서 많게는 15시간을 강의하고 학술논문 저술, 대학원생 지도, 정부 및 기업체 과제 수행, 정부 자문 등 많은 업무를 수행한다.

매년 같은 과목을 강의한다고 해도 가르치는 시간만큼 강의 준비를 하지만 이를 제외해도 하는 일이 기업체 못지않게 많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일하는 시간이 적어보이는 것은 시간 활용이 비교적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반면에 주말과 밤에도 논문을 읽고 과제 제안서를 써야 하는 직업이다. 나아가 대졸 또는 고졸 취업자의 같은 연령대 기업체 근로자의 소득과 비교해도 많은 것이 아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으로는 우수한 교수 요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따라서 교육의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교육과 연구의 질은 투자에 달렸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