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전세계 최하위인 CCC로 하향조정하는 등 그리스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14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모여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과연 의견차가 해소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리스 추가지원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4일 회의를 거쳐 이르면 내주 중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지만, 회원국들 간의 시각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스 추가지원에 대한 논의가 수주째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지원방식을 둘러싼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 및 프랑스 간의 주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은 민간채권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리스 국채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식으로 손해를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ECB와 프랑스는 국채만기 연장이 시장에서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받아들여져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국채만기 7년 연장을 제시했지만,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이 ECB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자국 내 여론이 워낙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1차 그리스 구제금융을 비롯해 아일랜드, 포르투갈 구제금융 때에도 유로존 국가들 중 가장 많은 부담을 한 데다가, 그리스에 대한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또다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최근까지도 그리스 추가구제에 거부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ECB를 내세워 독일과 맞서고 있는 프랑스는 그리스 은행권에 물린 부채가 독일보다 많아 민간투자자 보호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지난해 5월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는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유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ECB 등은 세수확대와 부패근절 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5일 아테네 등 주요 도시에서 노조파업이 단행되는 등 사회혼란도 극심하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