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로비의혹이 감사원과 청와대 인사들에 이어 정치권으로 옮아붙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31일 ‘민주당 의원들의 대(對) 청와대 저축은행 로비설’을 주장하면서 불똥이 야당으로 튀고 있다. 호남에 근거를 두거나 ‘호남 자본’이 들어간 저축은행의 영업정지와 감사원·금융감독원의 감사를 막기 위한 전방위 로비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야권에선 구(舊) 정권 핵심인사 L씨와 Y·H·K 전 의원, P 의원 등이 거명된다. 또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여당 의원들도 무풍지대에 남아 있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의원 2∼3명의 이름도 로비대상자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야가 호기롭게 국회 국정조사(국조) 실시에 합의했지만 검찰의 수사 칼끝은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형국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전 정권과 현 정권 모두 얽혀 있는 부분이 있고 여야 의원 양쪽 모두 관련설이 나오고 있어 국조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 수많았던 국조의 전례처럼 진실에 접근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기보다 정치공방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30일 황우여 한나라당·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6월 중 저축은행 국조 실시에 합의했지만 검찰 수사 중인 사건을 조사대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인허가·금융감독 부실·피해대책 등 정책적인 문제를 먼저 시작하고 본체인 비리조사는 검찰수사 후에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 정신도 그렇고, 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제8조(감사 또는 조사의 한계)는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축은행 국조특위는 6월 국회 본회의 일정(1, 23, 29, 30일)을 감안할 때 6월23일 본회의에서 구성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문화일보가 지난 3월25일 공개한 국회의원 292명(재산공개 대상인 직계가족 포함)의 지난해 12월말 현재 재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8.2%인 24명이 저축은행에 예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저축은행에 가진 계좌는 총 67개 계좌이며 35억9285만여원을 예금하고 있다. 이중 금융감독원 검사총괄담당 부원장보를 지낸 정무위 소속의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11개 저축은행에 11개 계좌, 총 5억1863만원을 갖고 있어 가장 많았다.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은 가족을 포함, 4개 계좌에 9억20만원의 예금이 있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S저축은행에 본인 명의로 5000만원, 부인 명의로 5800만원 등 1억800만원을 예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동·신선종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