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종료에서 결과 심의까지 8개월간의 공백,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고 시인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과연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와 감사원의 감사에서 어느 정도 선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은 전 위원은 감사 정보를 사전에 흘리고 감사 결과 발표 시기를 늦추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은 전 위원은 현재 1억원대 금품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감사결과가 달라지도록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현재 검찰은 은 전 위원이 감사원법을 위반하며 지난해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민금융 시스템 운영 및 감독 실태’와 관련한 감사 심의에 참여한 점을 중시하며, 관련 의혹들을 살펴보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 결과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과 감사원의 합동감사는 2010년 1월28일∼4월2일 진행됐고 감사의 결과는 2010년 12월 심의를 거쳐 1차 의결이 이뤄졌다. 최종적으로 감사 결과가 공개된 게 지난 3월이다.

감사원법 15조에 따르면 감사원의 당시 심의에 은 전 위원은 2005년부터 2년여간 부산저축은행 고문으로 활동해 참여할 수 없으나 참여했다. 검찰은 이 와중에 은 전 위원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은 전 위원이 스스로 “부산저축은행측이 금융감독원장에게 접촉해 달라고 했었다”고 밝힘에 따라 김종찬 전 금융감독원장이 실제 은 전 위원의 부탁을 들어준 정황이 있는지 규명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앞서 은 전 위원의 변호를 담당하는 서현 변호사도 30일 기자들과 만나 “은 전 위원과 김 금감원장이 친분이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은 전 위원이 김 전 금감원장을 만나 부산저축은행의 검사 강도와 제재 수위를 낮춰달라고 부탁하면서 구속된 윤여성 더잼존부천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의 브로커를 소개해줬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진·박준희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