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이동의 사다리 / 루비 페인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사자

제목이 확 눈길을 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고, 빈곤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는 절망이 우리 사회에 퍼져 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계층 간의 이동을 이어 주는 사다리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책은 미국 사회를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세계 어느 지역에나 적용될 수 있는 설득력을 갖췄다. 저자는 미국 로욜라대에서 교육 리더십과 정책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고교 교사, 교장을 거쳤다. 그는 교육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학교, 기업, 사회복지단체 등과 협력하면서 경제 계층 차이로 일어나는 장벽을 연구하고 그것을 없애는 해법을 제시해 왔다.

저자에 따르면 사회적 계층에 따라 생활의 모습과 그 의미가 다르다. 각 계층이 질문하는 방식에 따라 그것이 드러날 수 있다. 예컨대 빈곤층의 경우 “배불리 먹었니?(양 중시)”라고 묻고, 중산층은 “맛이 있었니?(질 중시)”, 부유층은 “차린 음식들이 보기 좋았니?(모양 중시)”라고 묻는다.

옷을 선택하는 기준을 보면 빈곤층은 ‘개인의 스타일’이 중요한 데 비해, 중산층은 ‘품질과 브랜드’를 따지고, 부유층은 ‘예술성’이 우선이다. 돈에 대한 목적에 대해서도 관점이 다르다. 빈곤층은 돈을 ‘소비’하고, 중산층은 ‘관리’하며, 부유층은 ‘보존’하거나 ‘투자’한다.

저자가 이처럼 각 계층에 숨은 사고방식의 불문율을 논하는 것은, 학교 교사와 조직 관리자 등이 빈곤층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빈곤층이 대물림되는 가난에서 벗어나 중산층으로, 또 중산층이 부유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핵심 열쇠는 ‘교육’이다. 학교 교사나 조직의 관리자는 교육을 통해 중산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선택의 길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과 조직 구성원에게 가르쳐 줘야 한다는 것이다. 빈곤층의 성인이나 그 자녀들은 이러한 방법을 배우지 못하는 까닭에 무기력하거나 게으른 상태, 혹은 약물 중독에 빠져 있다.

계층 이동을 위한 ‘교육’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격식을 갖춘 언어 사용이다. 품격 있는 언행은 중산층 이상의 불문율이다. 입사 면접 때 중시되는 요소이고, 중·고교, 대학, 사회생활 등을 더 잘해 나갈 수 있는 기본 자질이기도 하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 주는 글을 통해 “이 책이 대물림되는 가난에 처한 학생이나 근로자뿐만 아니라, 친구와 여러 동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회 계층의 사고방식 차이를 이해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이어 주기 위한 교육을 강조하는 그의 말에서 휴머니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스스로 언급하는 것처럼, 빈곤이 생기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서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