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 / 기디언 래치먼 지음, 안세민 옮김 / 아카이브

가장 최근의 세계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을 세 단계로 나눠 ‘전환의 시대(1978~1991년)’, ‘낙관의 시대(1991~2008년)’, ‘불안의 시대(2008년~현재)’로 구분짓고 있다. 이 시기 동안 벌어졌던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돌아본다. 아울러 오늘날의 세계가 처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저자가 지난 30년을 시기별로 구분짓는 근거를 보자. 1978년은 중국의 개방·개혁정책이 시작된 해다. 저자는 이를 기점으로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 로널드 레이건의 등장에 주목한다. 이어 옛 소련에서 벌어진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베를린 장벽의 붕괴, 소련의 몰락까지를 ‘전환의 시대’로 규정한다. 이 기간에 모든 강대국이 왜 그리고 어떻게 세계화를 수용했는지, 중국과 인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세계화에 동참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어 1991년 소련의 붕괴를 기점으로 2008년 국제금융 시스템이 거의 붕괴되기까지를 ‘낙관의 시대’로 명명한다. 이 기간에 세계화가 강대국 간의 관계를 안정시키면서 어떻게 ‘윈-윈’ 세계를 창출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위기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위험해지고 불안정해지는 세계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거시적으로 살피면서 ‘불안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낙관의 시대’는 자본주의, 민주주의, 기술이 동시에 발전하며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했던 시기였다. 경제는 성장하고, 석유자원은 풍부하며, 이산화탄소를 마음껏 배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세계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글로벌 정치문제를 잉태하고 있었다. 모든 국가가 협력하면 부유해질 수 있다고 믿었던 낙관의 시대가 어떻게 분열과 경쟁으로 대립하는 세계로 이행하고 있는가를 저자는 보여준다. 그리고 더 이상 현재의 위기를 지난 시대의 논리, 즉 자유시장과 세계화, 민주주의,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제 세계는 기후변화, 핵확산과 같이 진정으로 모든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들은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국가간 협력의 시대를 끝내고, 경쟁과 분열이 지배하는 시대로 회귀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윈-윈’의 시대에서 ‘제로섬 게임’의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서구, 특히 미국 중심의 시각에서 처방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감 넘치는 미국의 모습이 안정과 번영을 약속하는 세계를 위한 최선의 희망”이라는 것이다. 물론 동아시아에 위치한 우리의 판단은 이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책을 통해 세계적 현안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