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명의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들은 매주 월요일 아침 임원회의 때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지난주에 현장을 발로 뛴 결과물을 김용환(59·사진) 행장에게 세세히 보고해야 하기 때문. 지난 2월7일 17대 행장으로 수은의 지휘봉을 새로 잡은 김 행장이 온 후 바뀐 변화 가운데 하나다. 김 행장은 “부행장들이 업체 방문에 그치지 말고 간담회와 포럼을 주도해 업계 요구와 신경영의 흐름을 속속들이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부행장의 역할과 기능, 폭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로 취임 100일을 넘긴 김 행장이 국책은행인 수은의 관료적 색채를 지우면서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한 쇄신 행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특별한 성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미 나타난 ‘팩트’만으로도 향후 태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게 주변의 귀띔이다.

김 행장 취임 후 수은은 자본금 증자란 1차 과제부터 풀렸다.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1조원 규모의 도로공사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을 통해 지난 4월 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것. 국내 기업의 플랜트 설비 수주, 자원개발 등 해외 프로젝트 수주 등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지원하자는 취지로, 지원 여력이 10배인 10조원가량으로 늘어날 전망.

최대 국책사업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사업의 금융대출 업무를 맡고 있는 수은으로서 불필요한 금융 지원 오해를 논리적으로 설득해 잠재운 것도 김 행장의 순발력이 돋보인 대목으로 꼽힌다.

여신 정책 가운데 단기무역금융 비중은 줄이고 정책금융기관의 고유 업무인 대형원전과 고속철, 플랜트 같은 자원개발 업무의 비중은 늘릴 방침. 김 행장은 대형사업 지원을 위해 선진금융기법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7월 정기인사 때 이에 맞춰 조직과 직제가 바뀔 것”이라며 “해외 네트워크는 하노이 사무소를 개소했고, 필리핀 사무소도 조만간 개소하는 등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적극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외 주재원도 김 행장 취임 후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나를 중심으로 확충했다.

신용여신한도 규제 해소를 위해 수은법 시행령과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도 그에게 주어진 숙제로 꼽힌다. 수은법은 개별 기업에 대해 자기자본의 40%, 개별 그룹에 50%까지만 신용공여를 할 수 있어 미국, 일본, 중국 등의 기업들이 공적수출신용기관(ECA)에서 제한 없이 신용공여를 받는 데 비춰 기업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행장은 “녹색산업과 첨단융합산업 등 신성상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적극 지원해 수은이 이 분야의 전문금융기관으로 확고히 자리 잡도록 하겠다”면서 “현장 친화적인 소통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