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찬흔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 암센터 센터장이 지난 9일 병원 본관 수술실에서 한 유방암환자 수술에 앞서 환자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해 의사에 의한 진찰과 유방 검사를 1~2년에 한 번씩 받는 게 좋습니다. 보통 유방 X-레이 검사를 하는데 우리나라 여성은 유방암 발견이 어려운 치밀유방이 많기 때문에 혹(종양)이 잘 안 보이면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박찬흔(55)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 암센터 센터장(외과 교수)은 지난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암검진 사업으로 40세 이상 여성의 경우 2년마다 한 번씩 유방 X선 검사를 받고 있지만 보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의사의 진찰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이어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X선 촬영 시 유방암 혹이 허옇게 보여 제대로 진단할 수 없는 치밀유방이 많아 초음파 검사를 추가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유방암은 지난 2008년 기준 1만2659명이 발병해 전체 암 중 6위, 여성 암 중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6% 이상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만이 유방암의 생존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박 센터장의 지론이다.

박 센터장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지난 1981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잠시 차병원 외과 과장을 역임하고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으로 옮겨 20년간 봉직했다. 지난해 12월 강북삼성병원으로 오기 직전에는 강동성심병원 병원장을 지냈다.

그는 병원장 출신이 그보다 ‘낮은’ 직급인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데 대해 “‘여력이 될 때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면 직급은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한 은사의 충고를 듣고 결심하게 됐다”며 “낯선 곳이지만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영 서울대 암병원 원장과 안세현 서울아산병원 유방암센터 소장과 함께 유방암 분야의 선구자로서 30년 동안 이 분야를 개척하고 일궈온 박 센터장은 지금도 일주일에 10건 이상 수술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한국유방암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유방암은 어느 정도 발병하고 있으며 원인은.

“2008년 1만2659명이 발병해 1998년 4600명에 비해 10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조발생률로 보면 2008년 10만명당 57명꼴이다. 서구는 유방암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많아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증가하다가 40대에 피크를 이루고 50대 후반에 확 떨어지는 종 모양을 하고 있다. 유방암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크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의해 자극을 받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방암이 많이 발생하는데, 초경이 점점 빨라지고 폐경이 늦어지면서 유방암 발생이 많아지고 있다. 결혼이 늦어 아기를 늦게 갖거나 아이를 갖지 않는 것도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또 음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고칼로리, 고지방식을 많이 먹으면서 여성 호르몬이 많아지는 것도 유방암 발병 증가와 관련이 있다. 암 유전자 중 BRCA가 변이되면 유전적 요인에 의해 유방암에 걸릴 수 있는데 이런 여성은 평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0%에 달한다.”

―유방암 5년 상대 생존율이 2008년 기준 89.9%로 매우 높은 편인데.

“0~2기의 조기 유방암이 50% 이상으로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혈관과 임파관으로 침윤되기 전에 유관(乳管)에 갇혀 있는 것을 상피내암이라고 하는데 이게 0기다. 1기는 혈관과 임판관으로 침윤된 암인데, 암 덩어리의 사이즈가 작거나 임파선 전이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2기는 임파선 전이가 있어도 사이즈가 작거나 전이 없이 사이즈가 큰 것이다. 0기는 생존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1기는 5년 생존율이 90% 이상, 2기는 80% 정도. 3기는 50%로 떨어진다. 1998~2002년 유방암 전체 5년 생존율이 우리나라는 82%로 미국 87%, 일본 78%, 유럽 77%에 견줘 비슷하거나 더 높다. 그 이후 더욱 향상됐다. 우리나라 유방암은 조기발견이 많이 되고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세계 탑 수준이다.”

―유방암 조기발견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국가 암검진 사업은 2년에 한 번 유방 X선 촬영(맘모그람)만 된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봤을 때 의사에 의한 진찰과 유방 촬영을 1년 또는 2년에 한 번 하기를 권하고 있다. ”

―유방암 수술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고 항암·방사선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1기와 2기는 수술 치료가 가능하다. 3기는 암 덩어리가 커도 겨드랑이 임파선 전이가 많지 않으면 1차로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3기 중 피부까지 암이 침범한 경우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수술 전 항암치료로 수술할 수 있는 암으로 바꿀 수 있다. 또 유방암 항암제가 많이 발전했다. 아드리아마이신과 탁산계 약물 두 가지가 가장 많이 쓰인다. 허셉틴이라는 유방암 표적 치료제가 있는데 HER-2라는 종양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에 한해 쓸 수 있다. 전체 유방암의 20% 정도가 해당된다. HER-2 양성인 경우 수술도 하기 전에 암이 없어지는 완전관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호르몬 치료는 항에스트로겐제를 쓰는데 유방암이 호르몬 수용체를 갖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호르몬치료는 전체 유방암의 60%에서 할 수 있다. 진행성 유방암은 방사선치료가 탁월한 효과가 있다. 국소 재발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한다.”

―유방암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재발 암이 제일 어렵다. 하지만 재발해도 2~3년은 산다. 가슴에 국소적으로 재발하면 재발암 수술도 하고, 방사선·항암 치료로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재발 건수 중 수술 후 3년 이내가 70%에 달한다. 5년 지나면 거의 완치로 봐야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재발하기 때문에 정기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유방암 치료의 최근 연구 경향은.

“어떤 암 환자가 어떤 약을 썼을 때 가장 효과가 있냐는 맞춤형 치료에 관해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 수술 전 항암요법을 점점 많이 한다. 수술 전 항암요법을 통해 완전관해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유방 절제 수술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많아지고 있다. 환자들의 유방 보존술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유방을 상실하면 정신적 후유증과 상실감, 스트레스 등이 무척 심하다. 보통 2기가 넘는 경우 유방 절제를 많이 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미용을 위한 유방재건술을 한다.”

―유방암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유방암은 치료가 잘 되는 암이다. 유방암은 표준치료화가 많이 돼 누구든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다. 담당 의사를 신뢰하면서 치료 과정을 견뎌내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주위에서 뭐가 좋다, 나쁘다 많은 얘기를 할 텐데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적당하게 먹고, 가벼운 운동을 매일 하고 스트레스를 안 받게 하는 게 중요하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