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내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입추의 여지없이 관객이 들어선 가운데 공연됐던 연극 ‘3월의 눈’이 줄기찬 앙코르공연 요청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7일부터 백장극장에서 재공연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앙코르공연의 가장 큰 아쉬움은 초연 당시 ‘이순’ 역을 맡았던 백성희(86)씨가 가벼운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무대에 서지 못한다는 것. 그 대신에 초연 당시 백씨와 함께 더블캐스팅됐던 박혜진(53)씨가 이번 공연에서 ‘이순’ 역을 단독으로 맡게 됐다.

노년의 삶을 잔잔하면서도 가슴 저리게 그리고 있는 연극 ‘3월의 눈’은 장민호(87)·백성희 두 원로배우를 위한 연극이었다. 두 배우는 무대에서 마치 일상의 생활을 펼쳐보이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연기를 펼쳐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두 배우의 침묵조차도 애절한 느낌을 주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연극이었다. 초연 당시의 매진 행렬과 매 공연에서 이어진 기립 박수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가정의 달 5월에 다시 무대에 올라간 앙코르 공연엔 또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연에선 주당 8회의 공연 중 5회(화·금요일 오후 8시, 수·토·일요일 오후 3시)에 장민호씨가 출연하며 그외 3회 공연엔 역시 관록 있는 배우 오영수(67)씨가 무대에 올라 깊이 있는 연기를 이어간다. 공연은 6월5일까지. 02-3279-2233

또 지난 6일부터 서울 종로구 효제동 더 씨어터에서 공연에 들어간 연극 ‘아버지’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소설가 한승원씨의 희곡 ‘아버지를 위하여’가 원작인 모노드라마 ‘아버지’는 1998년 첫선을 보인 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등 해외 공연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무대는 전라도 장흥 출신의 노동자 김오현이 장성한 자식들의 효성에 힘입어 풍성한 회갑잔치를 벌이는 현장이다. 11남매를 낳아 키우며 힘겹게 살아온 한스러운 이야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소박하고 넉넉한 정서가 관객들을 극 속으로 빨아들인다. 관객과 허물없이 술과 음식을 주고받으며, 간간이 펼쳐지는 노래와 춤은 현장의 활력을 한층 증폭시킨다. 공연은 6월6일까지. 02-521-7920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