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만5세 아동에 대한 무상교육 시행을 전격 발표한 것은 현 정부의 친서민 기조를 재확인함으로써 ‘4·27 재·보궐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중산층의 민심이반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제시하면서 강조한 ‘출발과 과정에서의 공정’과도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무상복지 논쟁에서 야당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대응 논리로 강조한 ‘맞춤형 복지’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은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만 5세 무상교육 방침을 정하고, 기획재정부·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과정에서 만 5세 아동에 대한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공통과정을 통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이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빈곤의 대물림을 없애는 복지’, ‘출발과 과정에서의 공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하지만 토론 과정에서 재정부를 중심으로 예산 부담과 복지정책의 포퓰리즘 우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만 5세 무상교육이 시행되면, 야당에서 만 4세 이하 아동에 대해서도 무상교육을 요구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보편적 복지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만 5세 전면 무상교육을 통해 지원 대상이 소득 상위계층으로 확대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혜택은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못하는 아동들은 대부분 도서벽지와 취약계층이고, 만 5세 의무교육이 시행되면 농어촌 지역 영유아의 공교육 여건이 크게 개선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또 이번 정책이 복지 포퓰리즘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무상교육 대상을 4세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중대한 복지정책을 발표한 시점을 두고도 논란이 적지 않다. 재·보선 이전에 발표할 경우, 복지정책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초과이익공유제’와 ‘연기금 주주권 행사’ 논란 이후 정부가 ‘대기업 달래기’에 나선 이후 중산층의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설익은 정책을 성급하게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 5세 무상교육을 시행하기 위한 부처간의 이견과 세부 내용을 조율하 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재·보선 이전에 발표하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선거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올 경우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