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단행한 4조위안 경기부양책이 중국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2개월 만에 최고치인 5.4%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거품경제 현상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중국에서 연 10% 수준이던 경이적인 경제 성장이 둔화 추세를 보이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중국 소비자와 수출기업들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중국 사회안전망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중국의 저임금에 의존하는 다국적기업에도 타격을 가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서 보듯 중국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7일 베이징(北京) 주택시장에서 1000만위안(약 16억6700만원)짜리 아파트 240가구가 2시간 만에 동이 나는가 하면 상하이(上海) 중심부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300만위안(약 5억원)을 넘었다. 또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보통 집값은 주민 한 사람 연평균 소득의 25배에 달할 만큼 심각한 거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식료품값 인상을 막기 위한 농업보조금 인상, 국내 기업들의 소비자가격 인상 제지 등은 물론 느슨한 재정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은행 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지급준비율과 금리인상 카드를 번갈아 내놓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거품경제가 심하던 2007년 10차례, 2008년에 9차례나 단행한 지준율 조정을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에는 단 한차례도 시행하지 않다가 또다시 거품 논란이 일자 2010년 6차례 인상한 데 이어 올 들어도 지난 17일까지 4차례나 인상했다. 지준율 20.5%로 사상 최고치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