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있는 작은 섬 쓰시마(對馬島)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한 책이 출간됐다.

출판기획집단인 문사철(대표 강응천)이 최근 펴낸 ‘대마도에서 만난 우리 역사’(한림출판사)는 대마도를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를 위한 ‘역사 특구’로 지정해 두 나라가 함께 관리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독특한 시각으로 눈길을 끈다.

일본 영토인 대마도는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부산으로부터 약 49㎞, 일본 열도에서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福岡)로부터 138㎞ 떨어져 있다. 이키(壹岐)섬으로부터 거리도 73㎞ 떨어져 있어 지리적으로 일본보다 한국에 더 가깝다. 자연히 대마도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지금도 이곳에 가면 한국 역사와 관련된 유물, 유적이 무척 많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때마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 ‘대마도도 우리 땅’이라는 주장과 함께 일본에 대마도 반환을 요구하자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대마도는 약 700㎢의 작은 섬으로 한국의 수도인 서울시보다 조금 더 크다. 하지만 작은 땅의 90% 이상이 산지라서 농사지어 먹을 수 있는 땅이 얼마 되지 않고, 산업 시설도 많지 않다. 인구도 4만명이 채 안 되는 수준인데 1년 동안 대마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6만명을 넘어 한국 사람들이 조선시대와 마찬가지로 대마도의 경제를 움직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대마도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끼여 있는 작은 섬임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교류 등 한·일 간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모두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진 것이 특징이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시대 순으로 대마도를 따라가며 한국과 일본에서 일어난 주요한 사건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임신한 몸으로 신라를 정벌했다는 진구(神功) 황후나 왜에 인질로 잡힌 고국의 왕자를 구하고 대마도에서 죽음을 당한 신라의 충신 박제상 이야기, 신라에 나라를 빼앗기고 왜로 피란 간 백제 유민이 쌓았다는 가네다(金田) 산성, 몽골과 고려의 연합군이 상륙한 고모다하마(小茂田浜), 평화롭던 조선에 피바람을 불러온 임진왜란의 흔적과 그 아픔을 딛고 평화의 사도가 된 조선 통신사의 자취,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 옹주의 인생사 등등.

‘한국생활사박물관’을 기획한 강 대표가 대표집필한 책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대마도 구석구석에 어려 있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 흔적을 따라가며 양국 간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고래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 꼴을 면치 못했던 대마도 사람들이 겪은 어려움을 보듬는 시각이 돋보인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