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업자의 은닉자금 실체가 드러나면서 음성거래를 통해 지하경제에서 움직이는 돈의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무당국에 신고되지 않고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이른바 ‘지하자금’의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탈세와 암시장 등으로 이뤄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약 2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같은 지하경제로 인한 조세탈루액만 연간 22조~29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11일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당시 지하경제 규모는 약 20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09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1063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GDP의 약 20%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의 세수입이 해외로 유실되고 있는 셈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회원국 중에서는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경제연구학회는 2008년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5%로 가정할 경우, 지하경제 시장규모가 2013년 187조590억원, 2017년 181조9140억원, 2020년에는 171조12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불법 지하경제 자금의 대부분은 이번 불법 도박사이트 자금 적발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부분 불법적인 원천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와 기업의 비자금도 지하경제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변칙적 상속·증여뿐만 아니라 불법 정치자금, 뇌물 등에 사용될 소지가 크다는 게 관련 당국의 판단이다. 또 지하자금 중 금융회사를 통한 자금세탁과 불법 외화거래를 통해 취득된 자금의 상당부분이 조세피난처 등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역외 탈세규모’도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고액권인 5만원권의 유통으로 화폐 발행이 크게 늘고, 상대적으로 보관이 쉬워져 지하경제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이에 따라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에서는 지하경제의 탈세행위 적발을 위한 조직과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올해부터 국제적인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등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