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5만원권은 검은 돈의 보고인가.’

최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업자들이 물품보관소에 맡기거나 마늘밭에 묻어뒀다가 적발된 불법도박자금 등이 공교롭게도 모두 5만원권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난 2009년 6월 선보인 국내 최고 액면화폐인 5만원권에 대한 효용가치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5만원권은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비리사건의 브로커 유상봉씨가 로비에 쓴 돈에도, 여야 정치권을 뒤집어 놓은 ‘청목회 사건’에서도, 지난해 6·2지방선거 운동 비리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액권 발행 당시 불법상속과 증여, 뇌물제공 등의 불법 자금으로 악용될 수 있다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5만원권 유통잔액은 20조1076억원으로 1만원권 유통잔액(20조761억원)을 넘어섰다. 5만원권이 발행된 지 1년9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5만원권의 유통비중은 47.2%로 높아진 반면, 1만원권은 47.1%로 다소 내려앉았다. 유통금액 기준으로만 보면 5만원권이 더 많이 풀린 셈이지만 정작 시중에선 5만원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소리가 적지않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도 최근 국회에서 “시중에선 안 보이는 5만원권이 다 어디로 갔느냐”며 “10억 상자 맡긴 사람도 봤지만 지하경제 창궐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

5만원권의 행방이 문제가 되자 한은에서는 전국의 우시장과 동대문 의류도매상가 그리고 경마장에 5만원권이 많이 풀린 것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같은 한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돈에 꼬리표가 붙어있지 않는 한 돈의 정확한 행방과 유통경로를 파악하긴 쉽지않은 노릇이다. 다만 신용카드 사용을 꺼리는 도박장 이용자나 뇌물 제공자에겐 5만원권이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할 뿐이다.

검찰은 5만원권 발행으로 뇌물 범죄가 더 늘어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억원을 담기 위해 이전에는 ‘사과 박스’가 필요했지만 이제 ‘손가방’ 하나면 충분하다”며 5만원권이 사회적으로 자금세탁과 뇌물수수, 위폐 제조 등의 범법행위 등에 사용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