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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벚꽃은 산수유·매화·진달래·개나리·철쭉 등과 함께 대한민국의 봄을 화사(華奢)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꽃이다. 매년 4월 벚꽃축제를 여는 지역이 전국 각지에서 일일이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일부 지방에선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축제를 취소했으나 벚꽃 명소마다 상춘객은 예년과 다름없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

‘꽃, 빛, 희망’을 주제로 1일 막을 올려 10일까지 이어지는 제49회 진해군항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유서깊은 벚꽃축제다. 1952년 4월13일 대한민국 최초로 도심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고 추모제를 올린 것이 그 뿌리다. 해를 거듭하면서 ‘군항’과 ‘벚꽃’의 장관이 접목된 대규모 축제가 됐지만, 1983년 이래 현재까지 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가 주관해오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창원·마산·진해시의 통합으로 창원시 진해구가 된 후 처음 열리는 올해 축제 기간에 전국 각지에서 300여만명이 찾을 것으로 주최측은 기대한다

진해에 1905년 일본인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면서 벚나무를 많이 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1945년 8·15 해방 후에 대부분을 베어버렸었다. 그러다 1960년대 초에 왕벚나무를 다시 대량으로 심기 시작했다. 진해에 많던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학자들에 의해 더 분명히 확인된 데에 따른 것이다.

현재 진해에 34만그루 이상이 자라는 왕벚나무는 산벚나무·섬벚나무·잔털벚나무·가는잎벚나무 등 다른 종보다 꽃이 더 화려하다. 한·일 양국에 일반화한 종이지만 자생지가 일본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는 세 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각각 제156호·159호·173호인 제주도 서귀포시 신례리, 제주시 봉개동, 전남 해남군 구림리 등이다.

진해에 새로운 명소가 최근 생겼다. 천안함 46용사와 함께 영웅이 된 ‘UDT의 전설’ 고(故) 한주호 준위의 동상이 군항제 개막 이틀 전 진해 앞바다가 보이는 해상공원에 세워졌다. ‘불가능은 없다’고 새긴 석탑을 배경으로 총을 겨눈 채 보트를 타고 작전지역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진해군항제를 찾는 사람들이 한 준위 동상을 바라보면서 그가 벚꽃보다 훨씬 더 향기 짙고 아름다운 호국의 꽃임을 새삼 기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