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방사능 공포에 지나치게 시달리면 ‘상상에 의한 가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등 전국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상황에서 이번 주 토요일 비 예보가 나오자 “‘방사능 비’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인체에 해를 끼칠 수준이 아니며, 비를 맞는다고 해도 전혀 염려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균렬(원자핵공학) 서울대 교수는 “걱정을 지나치게 하다 보면 실제 있지도 않은 ‘상상의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나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 비상진료센터장도 “우리나라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현재 농도보다 억만배가 돼야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비를 맞아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만약 방사성 물질이 섞인 비가 내린다고 해도 빗물에 포함된 것은 워낙 미량이기 때문에 비에 젖은 옷을 세탁하고 샤워를 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방사능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의 수습이 끝날 때까지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기류를 타고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겠지만, 인체에 유해한 수준까지 쌓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서 교수는 “편서풍에 실려 국내에 들어오는 동안 상당량은 흩어질 것이고, 반감기가 지나면서 방사성 물질의 양이 급속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농도가 걱정할 수준에 이르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역시 “현재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일반인의 연간 허용 한도의 수만분의 1에 불과하다”며 “벌써부터 개인 건강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장기적인 유입에 따른 영향도 염려할 단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30일 “토요일인 4월2일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서울·경기·강원 지역에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 양은 많지 않겠다”고 전망했다. 비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 ‘비에 방사성 물질이 녹아내리는 것 아니냐’, ‘비를 그냥 맞아도 문제없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