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極地)연구소가 북극에서 방사성 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사고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캄차카 반도를 거쳐 북극까지 올라갔다가 시베리아 기류를 타고 다시 한반도로 흘러들어왔다는 ‘새 이동 경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부터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군도에서 북극 과학연구시설인 다산기지를 운영 중인 극지연구소는 당장은 방사성 물질 검출 및 분석이 가능한 장비나 인력을 현지에 갖추고 있지 않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련 연구를 추가시킬 필요성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오는 7월 북극해로 출항할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유경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부장은 3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일정으로는 아라온호가 7월15일 인천을 떠나 8월1일부터 1개월간 북극해에서 여름 연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우리뿐 아니라 공통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 러시아 등도 해당 이슈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 다산기지에는 온난화 경과 관찰을 위한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기와 생성연대 규명용 탄소동위원소 분석 장비 등은 있으나, 방사성 물질 관련 계측기기는 없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극지기후연구부장은 “일본 원전사고 이후 우리나라와 각지에서 검출되고 있는 방사성 요오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8일에서 최장 30년에 불과해 현재 북극에서 진행 중인 연구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다”며 “일본 사태가 대기 중 동위원소에 각국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홍금 극지연구소장은 “다산기지나 아라온호에 방사성 물질 탐지란 새로운 연구과제를 설정하려면 내부 의사결정과 국제조약에 가입한 다른 국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연구의 필요성과 범위 등에 관한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