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와 관련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응 행보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일본 원전 사고의 파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데다, 미국 내에서도 국민들의 우려가 계속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18일 브라질 방문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원전사고와 관련된 후속 조치를 모두 취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을 갑자기 자청, 미국의 원전 안전성에 대한 포괄적 재점검을 지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다시 검토작업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며 “미국의 원전이 심각한 자연재해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이번 일본의 원전 위기사태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레고리 야스코 NRC 위원장이 “미국의 모든 원전시설은 일어날 수 있는 어떠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캘리포니아 일대의 원전들은 지진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며 연안 지역의 모든 원전시설은 지진해일(쓰나미)에도 지장이 없다”고 자신한 것과도 배치된다. NRC의 자체 판단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원전 안전성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미 일본대사관에도 예고없이 방문, 방명록에 “미국은 일본을 지원해야 한다는 긴급성을 느끼고 있으며, 일본이 재건될 것으로 믿는다”는 위로의 글을 적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서 열린 성패트릭데이 오찬에 참석한 후 곧장 백악관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본대사관으로 향했다.

대신 미 정부는 하와이나 미 서부의 방사선 노출 우려에 대해서는 강하게 차단막을 치고 나섰다. 야스코 NRC 위원장은 “하와이와 태평양 미국령 제도를 포함해 미국 영토 어느 곳도 현재 일본의 영향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 위험은 없다”면서 “물리적, 과학적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얘기할 때 본토를 비롯해 미국 영토 어느 곳에서도 방사선 수치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야스코 위원장은 일본 내 미국민 대피 범위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주변 80㎞ 바깥으로, 일본 정부 지침(20㎞)보다 넓힌 조치와 관련해서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신중하고도 예방적인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