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미안하지만 원자력발전소를 버릴 수 없다.”(도쿄전력 직원)

“작전을 수행하면서 피폭될 위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자위대 대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필사적인 작업에 참가한 대원들의 사투가 계속되고 있다.

17일 헬기에 탑승해 방사성 물질을 내뿜고 있는 원전 3, 4호기 상공에서 물을 투하한 자위대 대원 17명은 작전이 끝난 뒤 방사선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이들 모두 시간당 1밀리시버트(mSv) 이하로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헬기 바닥에 깐 텅스텐 재질의 특수 시트와 보호복이 방사능 피폭을 막아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작전에 투입된 한 자위대원은 아사히(朝日)신문에 “방사선에 피폭될 위험이 있었지만, 이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작전을 제대로 수행해 물이 원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만을 빌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헬기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공에서 물을 투하하는 것과 달리 육상에서 원전 건물에 상당히 근접해 물을 뿌리는 작업에도 지원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자위대는 17일 저녁 전국 자위대원 중에서 방수 작업에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모집했다.

이와 함께 11일 지진 발생 이후 원전에 남아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 도쿄전력 직원은 18일 아사히신문에 “도쿄전력의 기자회견 내용을 들으면서 회사가 위험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며 “가족들에게 위험 사실을 알렸지만 나는 떠날 수 없었다. 회사는 그렇게 해도 나는 포기할 수 없어 남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의 부인은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남편이 필요한 물건을 챙겨 원전으로 돌아갔다며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남편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도한다”며 울먹였다. 이런 속에서도 원전 복구 작업에 참여하겠다는 직원들은 점점 늘어 현재 180여명이 70여명씩 조를 이뤄 원전의 냉각수 교체 작업과 압력 제거 작업을 직접 벌이고 있다.

이들과 함께 현재 원전 부지에서는 320여명의 근로자들이 외부에서 끌어온 송전선을 원전에 연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원전 안에서 방사선 수치가 높아졌다는 경보가 울리면 철수했다가 잠시 후 돌아와 다시 작업을 계속하며 목숨을 건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