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역 주민들은 식수를 얻기 위해 줄을 서고, 주유소에서는 기름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후쿠시마(福島)현내 피해 시설에서는 방사선 피폭 검사를 받기 위해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 대한 수색 구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사망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이 같은 ‘줄서기’가 피해 주민들의 일상 생활이 되고 있다. 한편 이번 지진으로 피해 지역에서 발견된 시신 중 유족에게 전달되는 것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 후쿠시마에 위치한 대피소에는 1시간 이상 걸어와 검사를 받기 위해 다시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피소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언제까지 이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최소한 수개월 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또 대피소에 배치된 의사들은 “연일 주민들이 많이 몰려들어 의사나 기기가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자동차로 1시간 이상 걸려 도착한 한 남성은 “건강문제도 걱정이지만 건강 피해보다 잘못된 소문에 노출되는 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야기(宮城) 등 피해지역에서는 식수와 생필품과 자동차 기름 등을 사기 위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미야기현의 한 피해 지역에서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자동차가 700m 이상 길게 늘어서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곳마저 기름이 떨어져 점원이 ‘매진’이라고 쓴 종이를 들고 운전자들에게 보여줬지만 운전자들은 쉽게 긴 행렬을 떠나지 못했다. 또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운전자들을 확보하지 못한 빈 버스들이 버스터미널에 길게 행렬을 이뤄 정지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와 함께 아사히는 14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12도도부현에 수용된 약 1600구의 시신 중 500명의 신원만 확인됐고, 이중 가족들에게 인도된 것은 1%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유족들도 피난 생활을 하고 있거나 실종 상태로 시신을 인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 당국은 15일 오전 현재 이번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공식 사망자수는 2414명, 실종자는 3118명, 부상자는 1885명이라고 밝혔으나 미야기현에서 14일 2000명의 시체가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 사망자 수는 4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