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 = 이경숙통신원(도호쿠대 문과대학원생)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직격탄을 맞은 일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에는 현지 주민과 외국인들이 센다이만이라도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교통이 마비돼 대혼란에 빠져있다. 단전과 단수 등 지진의 여파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센다이 현지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14일 오전 센다이 시외버스터미널에는 구체적인 운행 예정도 없는 시외버스에 승차하려는 현지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연안 지역을 제외한 도심 지역은 건물 붕괴 등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단전과 단수, 음식물 부족 등으로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한 11일 이후 미야기현 인근 야마가타(山形)로 임시 버스가 잠시 운행됐다는 소식이 퍼지고 나서는 이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터미널에 500m 이상의 장사진이 펼쳐졌다. 그러나 버스 운행이 불규칙적이어서 6∼7시간을 기다려도 버스를 타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자가용 승용차로 센다이를 벗어나려고 해도 문을 연 주유소가 극소수에 불과해 3∼4시간 정도 줄을 서야 차에 기름을 넣을 수 있다.

오만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의 석유부자 국가들은 자국 유학생 등을 구조하기 위해 센다이 인근 지역에 헬리콥터를 급파했다고 전해졌다. 이들 국가의 센다이 유학생들은 헬리콥터를 타기 위해 줄줄이 짐을 싸 기숙사를 나섰지만 “센다이 관내를 벗어나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 헬리콥터가 준비됐다는 지역까지 갈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또 센다이를 벗어난다고 해도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미야기현 등이 속한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 전체가 대중교통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지진 발생 후 전기, 수도, 도시가스 등 모든 공공서비스가 중단됐다. 현재 센다이 도심 지역 일부에서만 자가발전기 등을 통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진 후 중단됐던 휴대전화 서비스도 일부 복구됐지만, 휴대전화를 충전하지 못해 가족·친지들에게 안부를 전할 수 없는 현지인들이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식료품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의 폭동이나 습격을 우려한 센다이 당국은 대형마트나 상점도 폐쇄했다. 여진이 가라앉아 13일부터 일부 상점들이 ‘10분 이내에 최대 5개 항목 구매’라는 제한된 운영을 실시하기도 했으나 편의점 등 상점 대부분들의 식료품은 이미 동난 상태다. 각 마을 자치회에서 1일 1회 정도 무료로 밥과 국을 제공하고 있으나 굶주린 지진 피해자들이 만족할 만큼의 양은 아니다. 일부 식당들이 지진 직후 미리 확보해둔 식자재가 부패하기 전에 소모하기 위해 음식을 팔았지만, 이젠 그런 식당마저도 눈에 띄지 않는다.

대부분의 난방이 전기로 이뤄지는 일본에서 단전은 ‘추위’라는 또다른 고통을 유발한다. 지진 피해자들은 밤이 되기 전이면 전기가 들어와 난방이 되는 피난소들을 찾아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