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일 오전 개신교 연례행사인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한국 교회가 사회적 갈등의 매듭을 푸는 가교가 돼달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종교·경제계가 두루 얽혀 논란의 중심이 된 ‘이슬람 채권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일명 수쿠크법안)’에 대한 복잡다단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담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이슬람이라는 단어나 수쿠크법안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절제된 표현 속에는 ‘수쿠크법안’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에 대한 간접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 대통령은 3500여명이 참석한 기도회에서 ‘국민통합’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호소했다. 갈등이 아직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초 중동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한 제도개선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해온 ‘수쿠크법안’ 도입은 얼마전 종교갈등으로 급속히 비화됐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지난 2월24일 법안 도입에 반대하며 ‘대통령 하야운동’ 불사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정치권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조 목사는 이후 해명서를 발표하고 “이슬람 자금의 유입이 사회에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강조해 말한 것일 뿐”이라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지만,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기독교계가 위헌적인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위배 논란도 일었다.

개신교계와의 관계악화를 우려한 한나라당은 2월 국회에서 수쿠크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지만 갈등의 본질은 아직 풀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금융계와 증권업계, 건설회사, 정유·조선업계 등은 이슬람 자금 유치와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 해외 대형공사 수주시 자금조달 등을 이유로 이 법안의 시행을 원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내부적으로 수쿠크법안을 논의한 적도 없다”면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법안 도입의 불가피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