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이오? 쉬는 날 아닌가요? 엄마, 아빠랑 놀이공원 가기로 했는데….”

28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역 인근에서 만난 초등학교 3학년 채모(10)양은 ‘3·1절이 무슨 날이냐’는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성북구 길음동에서 만난 초등학교 3학년 김모(10)군도 “3·1절은 우리나라가 일본에게서 독립한 날”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처럼 초등학생들 중 상당수가 3·1절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역사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삼일절’을 검색하자 “삼일절이 언제인지 알려주세요. 학교 숙제로 나왔어요”, “3·1절의 뜻과 날짜를 자세하게 써주면 게임 아이템을 주겠다” 등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질문뿐 아니라 답변들도 황당했다. 삼일절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아이디 ‘minho＊＊＊’은 “우리가 일본에게 점령됐다가 독립된 날”이라고 답했다. 아이디 ‘2002＊＊＊’은 “뜻은 잘 모르지만 나라를 사랑하자는 뜻 같고 유관순이 유명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은 초등학생들의 이런 현실에 “역사 교육을 소홀히 한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한소용(여·41)씨는 “학교에서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아이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역사 과목을 따로 과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유보경(여·44)씨도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며 “주요 과목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역사과목은 점점 소홀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강선주(사회교육) 인천교대 교수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5학년 1년간만 역사를 배우게 돼 아예 역사를 못 배우는 초등학생이 생기게 됐다”며 “역사교육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마련해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현식·노기섭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