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8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한국석유공사 내 ‘돌고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보육교사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양 =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제가 일하는 건물에 아이가 있는데다가 아이가 아프다든지 문제가 생겨도 곧바로 내려와서 살펴볼 수 있고, 병원에 데려갈 수도 있어서 안심입니다. 너무 좋아요.”

지난 18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본사건물 1층 ‘돌고래 어린이집’. 네살배기 딸 혜령 양을 보기 위해 잠깐 내려왔다는 한국석유공사 아시아생산처 김진영 대리는 “시설이나 선생님들의 수준도 높아서 요즘 ‘교육의 힘’을 느끼고 있다”며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국석유공사의 ‘돌고래 어린이집’은 지난해 12월23일 문을 열었다. 당초 “사무실 공간도 부족한 마당에 직장보육시설을 지을 공간이 어디 있느냐”, “해당 여직원 수가 얼마나 된다고, 지어봤자 활용이 잘 되겠느냐”는 의구심이 일각에서 제기됐었지만 강영원 사장의 적극적인 의지와 사원들의 호응으로 지금은 사내의 ‘명물 공간’이 됐다.

기존 홍보관 공간을 활용해 만든 218㎡의 어린이집은 화장실 변기 크기와 높이, 작은 운동장에 이르기까지 마치 소인국에 온 것처럼 아담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다른 직장 보육시설 중 상당수가 신청자를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반면, 이곳은 42명 정원에 현재는 32명의 원아가 다니고 있으며 추가로 신청을 더 받을 계획이다. 특히 남자 직원의 참여율도 매우 높아서 아빠가 아이들을 데려오는 경우도 절반에 가까울 정도.

어린이집은 조승윤 원장 외 보육교사 6명과 조리사가 상주하며 점심, 간식, 저녁까지 제공한다. 김 대리는 “어린이집이 가깝고 부담이 크지 않은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음식에 대해 안심할 수 있고 수준 높은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조승윤 원장은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아이당 보육 교사 수가 많은 편이고 프로그램도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도와주면서 흥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보육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은 각자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면서 마냥 신이 나 보였다.

한국석유공사는 회사 차원에서 여성인력 활용과 저출산 해소, 직원의 삶의 질 제고 등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직장보육시설 설치 외에 시차 출퇴근제, 집중근무제, 가정의 날 등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실제 활용도가 높다. 변칠석 홍보팀장은 “여성친화적인 환경이 저출산 대응과 여성인력 활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여성권익 증진을 위한 근무제도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시차출퇴근제의 경우 직원에게 근무시간 선택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제도로 근무시간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오전 7시∼오후 4시, 오전 8시∼오후 5시, 오전 10시∼오후 7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사 직원의 15%에 이르는 100여명이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 학교를 보내고 출근을 하거나 이 밖에도 자기계발과 출퇴근 시간 혼잡 회피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 역시 여자 직원뿐 아니라 자녀가 있는 남자 직원들도 이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가정의 날’인 매주 수요일에는 정시 퇴근해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는 날로 삼고 있다.

공사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공기업 최초로 여성인사팀장을 임명하는 등 여성인력 활용에 남다른 열의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공사는 지난해 채용인원의 40%를 여직원으로 선발하는 등 여성권익 증진을 위한 인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석유공사는 일과 가정의 양립,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임신, 출산 여성들을 위해 육아 부담이 있는 직원에게 주 20시간 근무를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인 근무시간 단축제도, 생후 1년 미만의 아이를 가진 여직원을 대상으로 1일 2회 30분의 수유시간을 주는 유급 수유시간, 임신 여직원에게 임산부 정기건강진단에 필요한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태아검진 휴가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가정의 날인 매주 수요일에는 간부들이 회사를 돌며 퇴근 여부를 확인할 정도다. 육아기간 중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만 6세 이하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 양육 직원이라면 육아휴직과 병행한 단축근로 기회가 제공되며 임금과 복지는 단축 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된다.

이 외에 재택근무나 재택 인근 원격 사무실에서 출근하는 워크센터 근무, 스마트폰을 이용한 이동근무 등 스마트워크제도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육아와 회사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곧 회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믿고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 = 박세영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