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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영화 ‘미인도’ 이후 배우 김민선(32)은 이름을 김규리로 바꿨다.
그후 TV단막극 두편에 출연했을뿐 ‘김규리’라는 이름을 알릴만한 활동도 없었다.

3년여의 ‘침잠’끝에 그는 이제 김민선은 버리고 김규리라는 이름을 걸고 알을 깨고 나오듯 인생 2막의 시작을 알렸다. 영화 ‘사랑은 무서워’를 통해서다.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배우 김규리입니다. 오랫만이죠”하고 겸연쩍은듯 웃었다.

인터뷰 전부터 김규리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되뇌여놓았던 터지만 ‘김민선씨’하고 실수를 하고 말았다. “괜찮아요. 당연한거예요. 아직 바꿔 부르기 쉽진 않을거예요. 혼선은 있겠지만 자꾸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많이 활동하다보면 어느순간 익숙해질거라 믿어요. 굳이 이름을 바꾼건 전략적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스스로의 다짐이 필요했기 때문예요.”

그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참 잘나가던 여배우는 미처 피할새도 없이 뭇매를 맞아야했다. “촬영장에 갈수 없었던게 가장 힘들었어요. 연기하는게 가장 행복했는데 자꾸만 현장과 멀어지게하는 일련의 상황들 때문에 괴로웠죠. 여전히 말한마디 내뱉기가 조심스럽지만 이젠 씩씩해지려고요. 그리고 많이 웃고 싶고요.”

영화 ‘사랑이 무서워’를 개명후 첫작품으로 선택한 것도 많이 웃기 위해서란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정말 빵빵 터지더라구요. 배우는 작품의 색깔에 물들기 마련인데 ‘사랑이 무서워’는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의 영화예요. 그동안 제게 묻어있던 무거운 색깔을 털어내준 작품이죠. 관객들 역시 웃을일 없는 세상에서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사랑이 무서워’는 홈쇼핑계 톱모델 소연과 시식 모델 상열(임창정)의 사랑 이야기다. “제가 연기한 소연은 홈쇼핑 톱 모델로 모든 남성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죠. 겉은 화려하지만 순진하면서 모성애까지 갖췄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유일하게 안웃기는 인물예요. 사실 제게 코믹한 역할을 줘도 진지해지거든요. 전 코믹 본능은 못타고 났나봐요.(웃음)”

코믹 지존 임창정과의 작업도 그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임창정씨는 남을 웃기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어요. 하지만 재능 못지 않게 항상 열심히 노력해요. 말도 안되는 유머를 몇번씩 바꿔서 해보면서 최적의 것을 찾죠.”　

모델로도 활동했던 그에게 홈쇼핑 모델 역할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워킹 장면 같은건 재미있었죠. 시식 장면도 음식 CF때 해봐서 미리 끼니를 굶고 갔죠. 그래도 못먹겠다싶으면 임창정씨 입에 자꾸 넣어줬어요. 경험이 없던 임창정씨는 촬영 전에 밥까지 다 먹고 와서 괴로웠을거예요.(웃음). 란제리 쇼를 찍을 땐 준비된 속옷이 너무 야해서 당황했지만 스타일리스트가 소품을 붙여줘서 다행히 최대한 가렸어요.”　

개명 덕을 보는건지 ‘사랑이 무서워’외에도 출연이 확정된 영화만 ‘기생령’‘풍산개’ 등 벌써 세작품이나 된다. “새로운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는 장르 구분없이 무조건 많은 일을 해보고 싶어요. 하반기땐 드라마도 출연할 것 같아요. 현장이 어디든 촬영장으로 자꾸만 달려가고 싶어요. 전 지금 배가 무척 고파요.”

박미영기자 mypark@munhwa.com
사진=서현덕 STUDIO AT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