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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와서도 수업으로 제 수능 성적이 공공연히 알려지면 아무래도 싫죠.”

올해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에 입학하는 K군의 말이다. K군은 작년 수능에서 외국어 4등급을 받았다. 그래서 K군은 이번 새 학기 수강신청에서 필수로 들어야하는 외국어 교양과목 중 영어는 ‘정의형’트랙에서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제주대학교는 2011학년도 신입생에 대해 필수 4학점 이상 이수해야하는 외국어 교양과목 중 영어는 수능 외국어 영역 등급 별로 3개 트랙으로 나눠 수업을 실시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학생들의 자율적 수업 선택 권리를 침해해 대학 교육이 고등학교 교육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학 입학 후 수능성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녀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대학측은 “철저한 프라이버시 보호로 어떤 학생이 몇 등급인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실제 학생들이 받는 수업이 수능 등급 별로 나뉘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읽기를 잘해 외국어 성적이 좋았지만 회화에 자신이 없는 학생도 회화관련 수업을 들으려면 심화반 수준의 영어회화 수업을 들어야하기 때문에 수준별 학습이라는 명목하에 오히려 자신이 수준별 학습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본인이 다른 트랙 과목 이수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학과에 이의를 제기, 학과장의 결제가 있어야 원하는 트랙으로 변경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는 신입생들에게는 하여금 수강신청 변경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시합격자에 대한 규정은 정해져 있지 않아 어느 트랙에 상관없이 수강신청을 할 수 있어 형평성에도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학생지도를 담당하는 모 조교는 “매년 교과과정 계획이 변경되는데 이번의 경우는 학생들 사이에 불만이 많이 예상돼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제주대 교무처 관계자는 “수준별 맞춤학습을 위해 실시한 방법이다”며 “올해는 교과과정이 개편된 지 두어달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할 수 없어 수능 외국어 성적을 반영키로 했다. 올해 시행을 해보고 자체 점검 후 내년 교과방침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