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특별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한나라당 지도부의 내홍이 심상치 않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의 반대로 개헌 특위 구성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자 표결로 특위 구성안을 처리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들은 표결처리할 경우 반박 기자회견을 열겠다며 강력 반발한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개헌특위 구성문제는 이처럼 당 지도부의 분열이라는 심각한 내분 양상까지 빚고 있다.

더욱이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최고위원들이 따로 오찬회동을 열고 개헌특위 구성, 4·27 재·보궐선거 문제 등을 논의하는 등 지도부가 양분되는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안 대표는 전날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회 산하 개헌특위’ 구성을 “오늘 결론 내야 한다”며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홍준표·정두언·서병수·박성효 최고위원 등이 반대하자 안 대표는 표결처리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안 대표나 김무성 원내대표 등도 ‘최고위원회의에서의 표결’에는 부정적이었으나 개헌특위 구성이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박수’로 결의된 지 8일이 지나도록 최고위원회의를 통과하지 못하자 표결이라는 고육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최고위원회의 내 개헌특위 구성에는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 정운천 최고위원(친이명박계 지명직)·심재철 정책위의장(당연직 최고위원)만이 찬성해 수적 열세였으나 나경원 최고위원이 최근 ‘최고위원회 구성 찬성’ 입장을 보여 ‘4 대 5에서 5대 4로’ 역전, 다수파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강수였다.

이에 정두언 최고위원은 준비된 기자회견문을 보여주며 표결로 가결되면 회의장을 나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맞섰다. 반대파 최고위원들은 “원래 최고위원회의는 합의제로 운영되는 게 관례였다”며 “더구나 개헌특위 구성을 표결처리해서 앞으로 개헌논의가 잘되겠느냐”는 명분론을 폈다. 반대파들은 대부분 정책위 산하기구로 두자는 주장을 계속했다.

한편 최고위원회의에서의 소동 직후 정두언·서병수·나경원·박성효·정운천 최고위원은 홍 최고위원 초청, 오찬에 참석해 지도부 성토를 이어갔다. 명분은 지명직으로 최고위원에 늦게 들어온 박·정 두 최고위원 환영의 자리였으나 현 당내 상황과 맞물려 주목됐다.

이들은 1월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만 초청한 청와대 안가만찬 등을 거론, 최고위원들을 소외시키는 ‘당·청’ 운영 방식 등에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