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수가 인코스를 두번 타는 것도 처음 봤고 종소리가 잘못 울리는 것도 처음 봤습니다”

대회 주최 측의 결정적인 실수도 4관왕을 향해 나아가는 ‘올림픽 챔피언’ 이승훈(23·한국체대)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이승훈은 5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벌어진 제7회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13분09초63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이승훈을 위협한 것은 일본의 히라코 히로키도, 카자흐스탄의 드미트리 바벤코도 아닌 대회 운영 측의 어이없는 실수였다.

이승훈이 2바퀴를 남겨둔 시점에서 갑자기 마지막 한바퀴가 남았다는 의미의 종소리가 울렸다. 해서는 안될 실수. 이승훈은 순간 당황했고 코칭스태프는 분노했다. 하지만 누구도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이승훈은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고 레이스를 마쳤다.

이승훈은 “그 순간 전광판을 확인했고 한바퀴가 더 남았다는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종이 잘못 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때 잠시 집중이 흐트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당시 순간을 회상했다.

“첫 바퀴를 돌았을 때 내 생각보다 기록이 좋게 나와 이후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는 이승훈은 “내일 팀 추월 단체 경기가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4관왕이 된다면 너무나 영광스럽겠지만 이미 3개를 딴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훈은 지난 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10,000m 경기에서 세계 최강인 네덜란드의 크라머가 인코스를 두번 타는 실수를 범한 행운에 힘입어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로부터 1년 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또 한번 보기 드문 경험을 했다. 이승훈은 “다른 선수가 인코스를 두번 타는 것도 처음 봤고 종소리가 잘못 울리는 것도 처음 봤다”며 환하게 웃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