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작가 배병우씨가 설 명절에 앞서 고향 여수의 큰누님이 당일 택배로 보낸 제철 새조개를 넣고 직접 끓인 새조개떡국을 맛보고 있다.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해마다 설 명절이면 새조개떡국부터 떠올리게 된다. 조갯살이 새부리 모양과 비슷한 새조개를 넣고 끓인 떡국은 내 고향 전남 여수의 전통적인 맛이며, 십수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다.

전남 여수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나는 지난 1969년 19세 때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하기 전까지, 매년 어머니가 끓여 주시는 새조개떡국을 먹으며 새해 첫날을 맞았다. 어머니는 제철 해산물로 우리 7남매에게 늘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요리솜씨가 남달랐던 어머니의 손맛에 익숙한 나는 어디서든 별미부터 챙기고 집에서도 음식 만들기를 즐긴다.

여수의 설 특식인 새조개떡국의 비법은 어머니에게서 큰누님에게 전수됐다. 나는 요즘도 수시로 여수의 싱싱한 해산물을 당일 택배로 보내주는 여수 큰누님 덕분에 연초엔 어머니 식대로 새조개떡국을 끓여 먹는다. 그 맛에 익숙해진 딸과 아들도 새조개떡국을 유독 즐긴다.

우리 가족에게 대물림한 여수식 떡국의 비결은 역시 싱싱한 제철의 새조개다. 멸치, 다시마, 말린새우를 우려낸 국물에 떡국떡을 넣고 끓인 뒤, 국물이 탁해지지 않도록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새조개는 오래 끓이면 살이 질겨지기 때문에 따로 살짝 익혀 맨나중에 얹어낸다. 새조개떡국에 딱 손바닥 한 뼘 크기의 반건조가자미 구이와 여수돌산갓김치를 곁들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그러나 올 설 명절에는 오는 2월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막올리는 한국현대미술전에 참석하느라 새조개떡국을 맛볼 수 없을 것 같다. 음식을 까다롭게 골라 먹는 편이지만 해외에서 한식을 고집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게다가 스웨덴이 내 고향처럼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이라, 아마도 설 전후로 스웨덴의 시푸드전문식당에서 이국 스타일의 해산물 요리를 즐기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촬영이며 사진전 때문에 해외여행을 자주 떠나는데, 스페인의 대서양 연안지역에선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잡히는 어종과 비슷한 생선으로고향의 맛을 즐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