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 브로커’ 유모(65)씨의 로비는 경찰과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관계 및 공기업 인사로까지 전방위로 뻗쳐 있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배건기 내부감찰팀장(선임 행정관)까지 유씨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올해 초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현재까지 거론된 유명 인사만 30여명에 달한다.

배 팀장은 유씨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자 9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경찰 출신인 배 팀장은 “2009년 초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진정을 한 유씨를 두 차례 만난 사실은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청와대 직원으로서 의혹을 받는 것이 적절치 않아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배 팀장에게 아파트 건설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받는 데 도움을 달라며 수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직 차원에서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함바집 로비 의혹’사건의 핵심 로비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검찰은 10일 강 전 청장을 소환한 데 이어, 이 전 청장을 금명간 소환할 방침이다. 김병철 울산경찰청장과 양성철 광주경찰청장 등 현직 치안감급 인사들까지 거론된다. 강 전 청장 재임시절 인사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치안감, 총경들까지 포함하면 10명 이상이 ‘함바 리스트’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정·관계에서는 장차관급 인사들과 광역단체장들까지 유씨의 로비에 연루됐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L 전 장관은 동생이 유씨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과 관련해 청탁 여부를 수사받고 있다. J 차관급 인사와 C 공기업 사장도 유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와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일부는 유씨와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L 전 장관은 “오히려 내 동생이 유씨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못 받았다”고 했고, J씨와 C씨는 유씨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씨의 로비 활동 무대와 관련이 있는 일부 광역단체장들도 유씨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L 의원과 J 의원은 유씨가 각각 지역구의 행사 지원 목적 기부금 1억원과 후원금 500만원을 낸 것과 관련해 검찰이 사실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유씨의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검찰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소속 검사 4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에 부부장급 검사 한 명과 평검사 한 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유씨가 진술한 다른 인사들에 대해서도 소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