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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군(軍) 합동참모본부가 대북(對北) 심리전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민군심리전부’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신설되는 민군심리전부는 대북방송, 전단지 살포 등 업무를 직접 관장하면서 “국군심리전단과 업무 협조 및 심리전의 총괄지휘와 기획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중요한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는 조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난해 12월29일 통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새로운 대북정책 3대 목표와 4대 전략을 제시했다. 3대 대북정책 목표 중 중요한 것 하나는 ‘바람직한 북한 변화’다. 바람직한 북한 변화 없이는 합리적인 남북관계 형성 등을 기대할 수 없고,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은 단절될 수 없다는 인식의 반영일 것이다.

여전히 선군(先軍)정치를 앞세우고 있는 김정일 정권과 그 후계자 김정은은 물론 북한의 권력층이 바람직하게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의 번영에 대해 분명히 알고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바람직한 변화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요구가 분출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대북 심리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 연장선에서 합참의 대북 심리전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북한 주요 통계지표’가 수치로도 적나라하게 확인시켜 주는 대로 남북한의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알게 해야 한다. 현재 남북한의 경제력은 37배의 격차,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8배, 무역액 격차는 202배, 자동차 생산은 878배, 발전량은 18배 등의 차이가 난다. 농업 생산성의 경우 단보당 쌀생산량은 한국이 534㎏인데 비해 북한은 326㎏에 불과하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교육 격차도 적지 않다. 인구 1만명당 대학생 수는 한국이 630.6명인데 비해 북한은 212명으로 2.97배의 차이가 있다.

이러한 실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그대로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북한 주민들이 어떤 통일이 돼야 할 것인지 정확한 판단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북 심리전은 선언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부가 표명한 대북정책 4대 전략 중 ‘북한 주민 우선 접근’ 전략의 취지도 다를 리 없다. 사실상 북한의 변화는 주민에게서 시작돼야 하고 주민들의 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대북 심리전밖에 없다. 대북 심리전은 철저히 폐쇄적이고 개방이 절대 금지돼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실효적인 방법인 것이다.

심리전은 일종의 비정규전이다. 비정규전 전력인 심리전은 한국이 북한에 비해 막강한 우위를 점하는 비대칭성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대북 심리전 전력의 우위라는 강점을 최대로 활용, 북한의 취약점을 공략해야 한다. 서독은 동독 호네커 정권이 완전히 무너지는 그 순간까지 철저히 대동독 심리전을 전개했고, 이 심리전이 사실상 서독 중심의 독일 통일을 달성케 한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합참은 민군심리전부를 신설한 취지를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부서만 만들어 놓은 채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만 잃을 뿐이다. 대북 심리전 강화 및 실천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가장 실효성 큰 조치이며, 김정일-김정은 정권의 급소를 때리는 가장 지혜로운 공세적 전략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한국의 대북 심리전 능력은 북한을 공격하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대한민국 우위의 비대칭 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