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당초 새해 업무보고를 앞두고 ‘북한 변화 견인’이란 용어 대신 ‘북한 변환 견인’이란 개념을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측의 한 관계자는 29일 “통일부는 북한을 주도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에서 변환(transformation)이란 개념을 쓰려 했으나 청와대 등 일각에서 너무 강한 메시지를 쓰면 남북관계가 완전 단절될 것을 우려해 막판에 변화(change)로 바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통일부가 업무보고에 앞서 일부 학계인사들에게 사전 배포한 자료에는 ‘북한 변화’ 대신 ‘북한 변환’이란 용어가 그대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체제변환이란 대북방송 등을 활성화해 북한 내부에 새로운 정보를 불어넣고, 북한 내부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각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구사해 북한의 체제변화를 이끈다는 개념이다.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의 체제변환을 제안하면서 구체화됐는데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것이라 해서 반대한 바 있다.

통일부가 북한 변환 정책을 구상한 것은 최근 북한 내부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 경제가 혼란에 빠지면서 민심이반이 뚜렷해지는 상황을 감안해 북한에 외부적 힘을 가해 체제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변환이 변화로 바뀐 것은 새해 남북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의 실체를 보고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북한 변환을 밀어붙일 경우 정권 재창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