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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 남해읍에 11월에 새로 들어선 ‘유배문학관’.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고려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남해로 유배됐던 인물들의 역사를 전시한 곳이다. 그곳에서 유배객인 자암 김구의 ‘화전별곡’을 묻던 화가 이진만(44)씨와 마주쳤다. 이씨는 남해로 이사온 지 13년이 된다고 했다. 서울에서 미대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활동하다가 아내와 여행길에 들른 남해의 풍광에 반해 아예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곤 자그마한 미술학원을 냈다.

“남해요? 어디나 다 아름답지요. 새로 놓인 도보코스인 ‘바래길’이 좋다고들 하는데, 사실 남해에서는 바래길 아닌 곳이 없어요.”

“그래도 그림을 그리니 안목이 남다를 것이 아니냐”는 채근에도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참을 생각하다 그는 느릿느릿 ‘앵강만의 달빛’이야기를 꺼냈다. 남해도와 창선도가 그려내는 나비 모양의 아래쪽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바로 앵강만. “남해의 달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거예요. 그 중에서도 앵강만에 뜨는 달의 그윽한 정취가 좋지요.”

그는 어젯밤에 지인이 보낸 것이라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달…빗금’이란 문자가 씌어 있었다. 어제는 초승달이 빗금처럼 떠올랐단다. 지인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그 말 그대로 빗금처럼 가는 달이 떠올랐고 아내, 딸과 함께 오랫동안 달빛을 올려다봤다고 했다. 사실 달빛이야 어디서든 볼 수 있는데 남해라고 해서 특별할까. 그는 “남해가 특별한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달빛을 보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고 했다. 앵강만의 밤바다에 서보면 그 느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곤 그는 남해를 보는 방법을 귀띔해줬다. “남해가 좋은 것은 아직 고속도로 같은 포장도로가 나지 않았고, 휘황찬란한 조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해를 제대로 보겠다면 눈이 확 뜨일 만한 경치를 찾기보다는 고즈넉한 바다를 끼고 있는 바닷가 마을의 정취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 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