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ICC 예비조사 착수에 “환영한다”는 뜻을 표하면서 적극적인 협조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대북 압박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7일 ICC의 천안함 침몰 사건 및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예비조사 착수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할 사항은 아니지만 ICC 당사국으로 협조 의무가 있고, 직접적 피해국으로서 자료 제공 등 적극 협조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11월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 지도부를 ICC에 제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도 “북한에 대한 ICC 제소를 포함해 국제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옵션(선택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등 2건의 범죄요건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예비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ICC는 ‘로마규정’에 의거해 대량학살·반인도행위·전쟁 등 국제적으로 중대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형사처벌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설립됐고, 한국은 2002년 11월 로마규정을 비준한 바 있다.

‘로마규정’의 국내법인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도 국내 기소가 가능하지만, 현실적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ICC에 제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ICC가 정식조사에 착수해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에 대한 신병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은 낮다.

외교 소식통도 “ICC 조사가 북한의 만행을 국제적·법률적으로 따져보고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하는 기능을 할 수 있지만, 법률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 연평도 포격 도발을 회의에 회부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성명 초안의 ‘비난’, ‘위반’ 표현을 문제 삼으면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12월 순회 의장국인 미국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이날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유엔 회원국들과 논의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