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25만여건에 달하는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cable)을 공개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폭로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2월3일 김성환 (현 외교통상부장관·왼쪽 사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커트 캠벨(오른쪽) 동아태차관보가 주고 받은 대화록이 29일 상세하게 공개됐다. 외교전문에는 지난 2월2∼4일 방한한 캠벨 차관보가 김 수석과 나눈 북한의 상황,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점, 6자회담 전망, 남북정상회담 전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들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캠벨 차관보를 만나 북한이 3차 핵실험 등 ‘불장난(fire works)’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 장관은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2015년까지 살아있을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 북한 내부 상황 = 김 수석은 북한내 상황은 갈수록 불안정해 보이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화폐 개혁은 북한 사회에 강한 반발을 초래했고, 박남기 북한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파면된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 소요에 대한 신뢰할 만한 보고가 있다면서 북한 정보원들에 따르면 북한 경찰은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노선의 객차에서 폭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 김정일 방중 = 김 수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가 경제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곧 중국을 방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5월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방북시 약속받았던 6000t의 쌀과 2만t의 콩을 전달받았지만 더 많은 양의 식량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 북 김계관 6자회담 수석대표 움직임 = 김 수석은 북한 김계관이 내주 중국 6자회담 대표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한다는 보도를 주목한다면서 김계관이 뉴욕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 김 수석은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문제를 미국 정부와 협의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캠벨 차관보는 전작권 전환 시기와 관련해 고려될 수 있는 어떠한 변화도 미국의 한반도 안보공약 이행을 감소시키지 않으며, 방해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한국 국민들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남북정상회담 전망 = 김 수석은 남북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이 대통령이 다보스에서 가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 내용을 설명했다. 김 수석은 지난해 가을초 한국은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과 접촉을 가졌지만, 북한은 정상회담에 앞서 일정한 경제적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며 그것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이 대통령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돈으로 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점도 부연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