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정치권에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3일 북 연평도 포격 도발 초기에 청와대발로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자제’ 발언 진실공방이 24일에 이어 25일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그 불길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니 아니니 하는 진실게임으로 가는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분명한 책임을 지고, 천안함 사태에 이어 또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국방책임자의 엄중한 문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는 분명히 확전자제를 하라고 발표했고 국방장관도 국회에서 그렇게 얘기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배로 대응하라고 했다’고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여권도 이 대통령 발언의 진위를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여권의 보수 성향 의원들은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연일 ‘이 대통령이 확전자제 발언을 했다’는 전제를 깔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핵심당직자는 25일 “적어도 국방장관은 전투기로 적 진지를 타격하라고 지시를 해야 했고, 그 이후에 대통령의 ‘확전자제’ 언급이 나왔어야 했다. 정부 대처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들도 문제지만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한민구 합참의장 등 일부 정치군인들은 이번에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갑 당 상임고문도 이날 평화방송에 출연해 “‘확전자제’ 논란 자체가 이미 정상이 아니다. 만약 참모들이 그렇게 발표를 했다면 규명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정부도 24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태영 장관은 당일 오전 국회 국방위에서 “대통령의 최초 지시는 ‘단호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라고 하더니, 오후에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확전자제 발언은)결단코 이 대통령이 한 발언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하자 “확전에 대한 얘기는 나는 듣지 못했다”고 사실상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긴급 진화에 나섰다. 안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긴급상황이 수습된 뒤 연평도를 비롯한 최전방인 서해5도 방어체제와 군장비, 전력보강 등의 재정비를 강화하고, 군 지휘체계의 문제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면서도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고 사태를 수습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분열,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야만적인 북한 정권이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