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기공은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을 바탕으로 고구려 조의선인이나 신라 화랑들이 했던 선도(仙道) 수련을 현대인의 체질과 생활 습관에 맞게 현대화한 생활체육운동입니다.” 17일 국학기공의 요람인 충남 천안 국학원. 국학기공연합회 회장 유병일(51) 법무법인 헌암 대표 변호사는 전 국민을 상대로 무료 공원 지도를 시작한 지 30년째를 맞는 국학기공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국학기공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이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좋다”면서 “유산소운동으로 순환이 잘되며 홍익정신을 바탕으로 한 운동이니만큼 정신이 감화돼 이웃을 배려하고 함께 나누는 생활을 할 수 있어 저절로 공동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령화시대에 하루 1시간 정도의 기체조와 기공, 웃음 수련은 노인 건강은 물론 우울증 예방에 특효약”이라고 강조했다.

유 변호사가 국학기공을 시작한 것은 청주지원 판사이던 1990년.

“아버지는 시골에서 한학을 하시고 농사를 지으셨는데 제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는 여섯 살 때 돌아가셔서 친척 집에서 자라며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열등감, 피해 의식도 많았지요.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보내 주지 않아 농사일을 하다가 고등공민학교를 거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농사를 짓느라 제때 학교에 갈 수 없었습니다. 겨우 후기고교에 들어갔지만 학교 분위기가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독서실에서 먹고 자며 혼자 공부했지요.”

그는 이같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에 전념, 1979년 연세대 법학과에 합격했다. 장학금으로 공부하며 1987년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청주지원 판사로 발령받았다.

“고생 끝에 일단 목표를 이뤘지만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또 어렸을 때부터 심리적 열등감에 시달려 상당히 어두운 성격이었지요. 대학 시절에 연애도 한번 못해 볼 정도였으니까요. 미팅을 딱 한 번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너무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도 힘들어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지요. 또 고시 공부를 하며 위장병이 생겨 식사도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국학기공을 하면서 씻은 듯이 나았지요.”

유 변호사는 인천지방법원 판사로 있던 1997년 국학기공으로 체험한 자신의 ‘기적’을 이웃과 나누기 위해 인천 적십자병원 뒤 배수지 공원에서 무료 수련 지도를 시작했다.

“새벽에 공원에 오시는 분들이 고혈압 등 하나씩 크고 작은 병이 있었는데 수련을 하고 나서 좋아져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때가 많았습니다. ”

그는 1998년 서울로 발령을 앞두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서울에서 집을 얻을 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공원 지도 등을 통해 정든 국학기공 동호인들과 헤어지기 아쉬운 것도 큰 이유가 됐습니다. 그래서 인천에 눌러앉아 지금까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변호사 일과 국학기공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유 변호사는 1999년 인천광역시 국학기공연합회 회장, 2004년 국학기공연합회 회장을 맡아 전국대회, 한민족축전 등 국학기공 저변 확대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 대자유를 얻어 아직도 몸과 마음속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싹 청소해 자유롭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 = 김승현 선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