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감독의 ‘유쾌한 굴욕’

이미지 크게보기‘투수’ 김성근과 ‘포수’ 김경문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김동재 코치 돕기 일구회 올스타와 천하무적 야구단의 자선경기에 앞서 선발 투수와 포수로 나서는 SK 김성근 감독(왼쪽)과 두산 김경문 감독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빛낸 전설적인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조금은 무겁지만 흥겹고 유쾌했던 몸놀림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야구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하던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30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김동재 KIA 코치를 돕기 위한 일구회 올스타와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의 자선경기가 펼쳐졌다. 김성근 SK 감독, 김경문 두산 감독, 김시진 넥센 감독, 한대화 한화 감독 등 프로야구 현역 사령탑에 김성한, 이순철, 박노준, 유승안, 유지현 등 전설적인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뇌경색으로 투병 중인 김동재 코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불살랐다.

▲김성근 감독, 난타에 실책까지 ‘유쾌한 굴욕’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이벤트는 ‘야신’ 김성근 감독의 선발등판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열린 감독 팬 사인회에서도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다. 지난 3년동안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명승부를 연출했던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이 배터리를 이뤄 그라운드에 나타나자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은 좀처럼 보기 힘든 볼거리에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야구판을 호령하는 명장도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창렬의 재치있는 초구 기습번트에 당황했는지 1루 악송구마저 범했다. 이후 두 타자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자 코치를 맡은 송진우가 마운드에 올라 김성근 감독을 강판(?)시켰다. 팬들은 환하게 웃으며 마운드를 떠나는 김성근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즐거워했다.

포수 출신 김경문 감독도 LG 조인성의 전매특허인 ‘앉아쏴’ 자세로 2루 도루 저지를 시도해 팬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홍수아 ‘시구계의 레전드도 함께’

한국 야구의 전설적인 스타들 뿐만 아니라 ‘시구계의 레전드’도 함께 한 자리였다. 배우 홍수아는 이날 시구를 위해 두산 실내연습장에서 50여개의 공을 던지며 몸을 풀었다. 하지만 정작 정식 시구 때 원바운드 폭투(?)를 던지자 팬들은 한번 더 던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홍수아는 또 한번 시구를 펼쳤고 몸쪽 꽉 차는 강속구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홍수아는 경기 중 관중석을 돌며 직접 모금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시타는 이재환 일구회 회장이 맡았다.

▲“레전드 보러가자” 잠실구장 15,000명 입장에 ‘후끈후끈’

무료 입장으로 치러진 이날 자선경기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중이 입장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일구회 측은 당초 5,000명 정도 입장을 예상하고 이벤트를 준비했으나 잠실구장 운영본부가 추산한 관중 숫자는 무려 15,000명 이상이다. 1,3루 내야 관중석은 거의 다 들어찼다. 일구회는 1,3루 관중석에서 모금 운동을 전개했고 지정석에서는 사인볼을 판매했다.

▲가장 인기있는 유니폼은?

지난 26일부터 29일 자정까지 진행된 올스타 유니폼 경매 결과 40만원에 낙찰된 김성근 감독의 유니폼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자영업을 하는 유영종(34)씨가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선발투수의 임무를 완수한 김성근 감독은 일구회 사무실에서 유영종씨에게 입었던 유니폼에 사인을 한 후 직접 전달했다.

일구회는 1차 마감한 올스타 유니폼 경매를 11월30일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일구회 홈페이지(www.ilgoo.com)에서 경매 참여가 가능하다.

▲이종범 등장에 천하무적 이경필 등판으로 ‘맞불’

6회말 중요한 승부처에서 이종범이 타석에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이날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 중 유일하게 현역으로 뛰고있다. 그러자 천하무적 야구단은 현역 출신인 이경필 코치를 마운드에 올려 맞불을 놨다. 마치 실전경기를 보는듯한 치열한 진검승부에 의외로 팽팽하게 전개되던 이날 자선경기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6회초 가장 최근에 은퇴한 송진우가 마운드에 오르자 천하무적 야구단 선수들이 마운드에 올라가 애교섞인 항의를 펼쳐 팬들을 즐겁게 했다. 7회말에는 올해를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양신’ 양준혁의 대타 등장에 잠실구장이 또 한번 들썩였다.

<노컷뉴스>

이미지 크게보기이순철, 오랜만에 슬라이딩~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김동재 코치 돕기 일구회 올스타와 천하무적 야구단의 자선경기에서 일구회 이순철 선수가 3루까지 진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