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현 정권에서의 개헌논의 반대’를 분명히 선언함으로써 이재오 특임장관·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주도하고 야당 일각에서 호응하던 개헌추진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나라당 한 핵심당직자는 27일 “처음부터 개헌은 어려운 과제였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안되는 방향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과의 협상, 국민적 공감대 등 여건의 정비 없이 의욕만 앞세우다 보니 난관에 부딪힌 것”이라며 “개헌은 안 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도 대체로 “결국 개헌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민적 열기가 없는데, 주요 대권 주자들 반대 속에 계파 ‘보스’ 중심으로 국회의원들끼리 모여 개헌을 논의한들 동력을 얻기 힘들다는 자평이다.

그러나 개헌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건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어제 관훈 토론에서 한 손 대표의 개헌반대는 민주당의 정리된 입장이 아니라 손 대표 개인의 입장일 뿐”이라며 “C&그룹 수사 등 정치권 사정 정국이 야당을 개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손 대표의 개헌 반대’에 대해 “그건 대표의 입장”이라며 “나는 원내대표로서 개헌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지금 제일 중요한 한나라당의 단일안이 없다”며 “한나라당에서 단일안을 들고 나와야 뭐가 된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현기환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지난번에 우리당 중진의원으로부터 ‘한나라당 최고위치에 계신 분과 민주당 중진이 (개헌)대화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손 민주당 대표는 26일 관훈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이제 와서 한나라당이 개헌을 하자는 것 자체가 억지”라며 “다음 정권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같은 날 야권 유력 대권 주자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도 MBC 라디오에 출연,“민주당 일부 정치인들과 이재오 장관을 비롯한 친이계 정치인들이 개헌안을 놓고 비공개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 개헌론에 찬바람을 날렸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