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 “태양·바람·물로 미래의 녹색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9월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발전 패러다임과 ‘그린 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의 방향을 제시한 뒤 2년여 만에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이날 정책으로 내놓았다.

기후변화 대처, 녹색성장산업의 불가피성에 대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던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세계 기술경쟁이 가속화하는 데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9차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에서 이같은 위기의식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녹색성장은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앞서간다는 말을 듣지만 저는 부담스럽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내면적으로 보면 기술이나 일상생활 면에서 우리가 아직 유럽 등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중국이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15%를 목표로 지난해에만 346억달러를 투자하고, 태양광 산업과 풍력발전기 산업에서 세계 최대 기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도 위협적이다.

미국, 덴마크, 독일, 일본, 중국, 한국은 이미 시장선점을 위해 전쟁을 치르듯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만큼 이제 내실을 채워야 한다”고 밝혔다. 전통적 자원빈국에서 신재생에너지 5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전략이 제시된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런 것들이 모두 일상에 있는 것 같지만 어느 나라가 가장 잘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우리처럼 물값이 싸고 함부로 다루는 나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성장전략을 어차피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정책으로 추진하는 이 기회에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실천방법론을 통해 정치적 효과와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활동도 극대화하는 연계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이 대통령은 “물 산업은 21세기 핵심산업”이라며 오히려 해외수출전략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