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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지역인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결을 벌이면서 뿌리깊은 세계 곳곳의 영토 분쟁 문제가 또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일본 해상보안청이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면서 시작된 이번 중·일 갈등은 동중국해 공동가스 개발 협상을 중단시켰고, 중국 주요 인사의 방일 일정을 줄줄이 취소시키더니 급기야 간 나오토(管直人) 일본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간 양국 정상회담까지 무산시켰다.

23일 중국은 일본인 관광객을 군사시설 불법촬영 혐의로 강제 연행했고 일본 우익단체들의 거센 테러협박에 자국민들의 일본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같은날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센카쿠 열도에 대해 실효적 지배권을 갖고 있는 일본이 일관되게 영토 분쟁이 아니라며 계산된 냉담함을 보이자 반일 감정이 순식간에 중화권 전체로 확대되는 등 국가 간 영토문제의 미묘한 폭발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댜오위다오 사태처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는 현재 전 세계 256개국 중 198개국. 이들은 현재 133개 지역에서 뿌리깊은 영토 분쟁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영토문제는 역사, 민족, 이해관계 등이 첨예하게 얽혀 해결이 쉽지 않고, 때로는 유혈사태로까지 번져왔다. 하지만 이런 속에서도 외교 협상이나 국제사회의 중재로 해결에 이른 경우도 있어 첨예한 대립 해결에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다.

◆ 들끓고 있는 세계의 화약고들 = 영토 분쟁은 대부분 국가 간 주장이 강경하게 맞서 해결이 쉽지 않다. 지난 6월 다시 촉발돼 지금까지 1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카슈미르 분쟁이 대표적이다. 카슈미르의 갈등은 1948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양측은 종교 갈등으로 인한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주민의 종교적 성향에 따른 분리 독립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슬람 인구가 다수인 카슈미르에 대한 통치권이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이 아닌 인도에 넘어가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그 뒤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의 영유권을 놓고 1947년과 1965년 두 차례 전쟁을 치르는 등 영토 분쟁을 벌여왔다. 1989년 이후 카슈미르 지역에서의 무장충돌로 사망한 사람이 7만여명에 이르지만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세계의 대표적 화약고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역시 이달 초 1년8개월 만에 평화협상을 재개했지만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14일 재개된 2차 평화협상에서 양측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문제 등을 놓고 협의를 계속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회담 시작 후 1년 내 성과를 내겠다는 1차 평화회담 합의도 이행되기 어렵게 됐다.

한편 자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영해를 차지하기 위한 분쟁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남중국해 연안에서 자국의 영해권을 주장하는 것의 이면에는 자원과 해로 확보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지난 8월25일 중국은 분쟁 지역인 서사군도 연안 해저 3000m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꽃아 분쟁 상대국인 베트남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난사군도(南沙群島) 인근에서 약 300억t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은 서로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지난 5월 난사군도 일대에 어업지도선을 파견해 타국 어선을 위협해 주변국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 타결 해법과 영속적 유지의 어려움 = 하지만 오랜 시간 양보와 타협을 통해 영토 분쟁을 해결한 경우도 있다.

헤이샤쯔는 국민당 정부 시절까지 중국의 영토였으나 1929년 소련군이 점령한 뒤부터 러시아가 점유해왔다. 이에 중국은 1964년부터 소련과 러시아를 상대로 44년간 협상을 벌였고, 결국 헤이샤쯔 삼각주 분할 합의를 얻어냈다. 이와 함께 결과적으로 양국은 불필요한 양국 간 국경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내부적으로 국경지대 소수 민족의 반정부 테러활동 등에 대한 단속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영토분쟁은 국가별, 사안별로 차이가 있고 현실적 계산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친 협상과 이를 통한 평화적 해결은 영토 분쟁에 대한 하나의 전범을 제공하고 있다.

양국 간 분쟁은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국제기관에서 해결이 모색되기도 한다. 카메룬과 나이지리아는 천연 자원의 보고인 바카시반도를 놓고 전시 상태까지 가며 갈등을 키웠으나 2008년 ICJ의 평결로 영토 분쟁을 종식시켰다. ICJ는 당시 1913년 이들을 식민지화했던 영국·독일 간 조약에 근거해 바카시반도가 카메룬의 영토라고 판결했다. 자국의 반발이 많았으나 나이지리아는 판결을 수용하고 영토를 카메룬으로 이양했다.

그러나 영토분쟁은 한번 종결된 뒤에도 작은 사건을 계기로 다시 터지는, 재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러시아는 1996년 에스토니아와 국경분쟁 종식에 합의했지만 2005년 에스토니아가 약속했던 에스토니아 내 러시아 퇴역군인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자 에스토니아와의 합의를 파기했다.

1982년 영국이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에 승리하며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이 종결됐지만 지난 5월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 영유권에 대한 재협상을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