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는 ‘숙녀시대’로, 슈퍼주니어는 ‘슈퍼시니어’로, 동방신기는 ‘서방신기’로 변신의 나래를 편 육감적인 무대였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모두 나와 벌이는 합동콘서트 ‘SM타운 라이브’의 미국 LA 무대는 서울의 그것과 한차원 달리한 성장이 돋보인 어른스러움과 속도감이 느껴지는 멋스러움이 어우러진 축제였다. 4일 오후 7시(현지시간)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관객 1만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무대는 시쳇말로 몸으로 때우는 육탄전의 연속이었다. 대부분 군무로 빚어진 육탄전은 4시간 가까운 장거리 여행에서 결코 절도와 속도를 잊지 않았다.

아시아가 아닌 세계를 상대로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강박과 압박 때문이었는지, 멤버들은 서울, 대만, 중국, 일본 등에서 그간 간간히 보여주던 ‘부드러움’과 ‘귀여움’마저 이번 무대에서 털어버린 듯했다. 미국 무대에서 그들은 무엇보다 ‘힘’을 앞세웠다. 절도있는 군무가 보여주는 춤의 힘, 그리고 그 춤을 재빠르게 전환시키는 속도의 힘은 세계 무대를 향한 그들의 고집과 열정을 담은 육탄전의 결과이기도 했다.

‘귀여움의 상징’ 샤이니, ‘순수의 미학’ 소녀시대, 그리고 ‘개구쟁이 10총사’ 슈퍼주니어가 그리는 춤의 그림은 10초마다 한번씩 탄성을 자아낼 만큼 역동성의 조화가 빛났다. ‘귀여움’ 같은 단어는 이제 그들에게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질 정도.

관객들에게 특히 환호를 많이 받은 샤이니는 단독, 합동, 크로스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그들의 내재된 끼를 확실히 선보였다. 가창도 탄탄해 다른 그룹 멤버와 조인 무대도 여러번 섰다. 소녀시대는 매 곡마다 마린룩, 치어걸 등 다양한 콘셉트의 옷으로 갈아입고 역동적인 춤을 선보였다. 9명의 18개 긴 다리가 한시도 제자리에 있지 않고 돌리고 구부리며 유연성을 자랑하는 통에 관객들의 시선은 온통‘다리’에 고정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와 보아의 무대는 힘과 카리스마의 운용방식을 보여주는 본보기였다.

특히 보아는 10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 무대에서 쏟아부었는데, 관객의 찬사를 얻을 만큼 무대 흡인력과 집중력이 뛰어났다.

이색 무대의 재미와 감동은 각 그룹의 대표 멤버들이 벌이는 댄스퍼레이드와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의 합동 무대에서 나왔다. 은혁·동해(슈퍼주니어), 윤아·유리·수영(소녀시대), 민호·태민(샤이니)의 강하면서도 절도있는 합동 댄스는 어느 댄스 배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구성의 묘와 개인기가 돋보였다.

와이어를 이용해 지상 20미터 이상 높이로 올라가는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의 아찔하면서도 신비로운 무대 연출은 무대에 내려와서도 남성미 강한 노래와 댄스로 이어지며 보는 이의 시청각을 자극했다.이날 무대는 가창과 안무, 영어·일어·중국어 등 외국어까지 완벽히 소화해내는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의 현주소를 낱낱이 읽는 자리였는데,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돌의 무한 능력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아이돌의 진화와 변화는 볼수록 놀랍다.

로스앤젤레스=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