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주의자였던 안병직 이사장이 철학의 변화, 노선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겪은 것은 1985년 4월부터 1987년 3월까지의 일본 체류 시절이다. 그 2년간이 세계 정치를 다시 점검하고 세계관의 혁명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했다. “죽어라고 공부를 하니까 새로운 학문의 세계가 열리더군요. 사회주의는 몰락하기 시작했고, 이전에는 ‘근대화’의 전망이 전혀 없던 개발도상국, 즉 제3세계에서 새로운 자본주의가 발전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50줄에 접어든 한국의 진보학자에게 지적·학문적 영감을 준 이는 교토(京都)대 경제학과의 나카무라 사토루(中村哲) 교수였다. ‘사회주의 세기가 마감하고 자본주의 세기가 열렸다’는 주장을 토대로 세계자본주의의 제3파동이론을 역설하고 중진자본주의론을 설파한 학자가 나카무라 교수다. 귀국한 안 이사장은 이를 기초로 중진자본주의론을 한국에 전파했다.

이후 1995년까지 10년에 걸쳐 안 이사장의 사회사상과 경제이론은 좌에서 우로 완전한 전향을 경험한다. 지식인 세계에서 안 이사장의 토폴로지(위상)가 뒤바뀌면서 ‘뒤로 돌아 앞으로 가’ 한 것이다.

자신의 사상적 전향 이후 행보와 관련된 안 이사장의 설명이다. “1980년 중반 이후 사상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그 뒤로도 진보 진영에 대한 애정과 미련이 강했습니다. 학문적 입장이 바뀐 이후였지만 오랫동안 진보 진영에 남아 그들을 설득했어요. 한국에서도 자본주의가 된다, 그러니 사회운동의 전략과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이렇게 말입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구제불능이었어요. 도저히 얘기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사람들을 깨닫게 하려면 내가 적당히 변해 가지고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995년쯤 완전히 보수로의 전향을 선언했습니다.”

▲ 1936년 경남 함안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이사장 ▲ 일본 후쿠이(福井)현립대 대학원 특임교수 ▲ 서울대 명예교수 ▲ 시대정신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