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안하길 잘했죠.”

여자탁구 에이스이자 최고참인 김경아(33·대한항공·사진)는 1998베이징올림픽을 마치고 대표팀에서 은퇴할 예정이었다. 조양호 탁구협회장에게 이런 뜻을 전하자 “누구 맘대로 은퇴냐? 2012런던올림픽까지 해”라는 말을 들었다. 지난 5월 세계선수권(단체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패하는 수모를 당했으나 김경아는 에이스의 몫을 충분히 해줬다. 올해 초 세계랭킹 9위였던 김경아는 6월 이후 5위로 뛰어올랐다. 자신의 역대 최고랭킹이다. 김경아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 기량이나 체력이 퇴보하는 게 아니라 향상되고 있다. 기량이 점점 나아지는 것은 그가 수비수이기 때문. 공격수와는 달리 뛰어난 상대의 공을 많이 받아 볼수록 적응력이 생긴다. 김경아는 최근 태릉훈련원에서 받은 체력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비결은 세끼 꼭꼭 챙겨 먹기. 입이 짧은 당예서는 늘 반 공기지만 김경아는 머슴밥을 마다 않는다.

랭킹이 오른 만큼 부수입도 짭짤하다. 지난해부터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했다. 2부리그 탈락을 걱정하던 충칭팀을 1부에 존속시켜 ‘충칭의 별’로 떠오른 김경아는 올해는 강호인 지난 르능팀으로 스카우트됐다. 리샤오샤(중국) 지앙후아준(홍콩)이 팀 동료. 올해 슈퍼리그에서 중국대표팀의 귀얀(세계3위)을 꺾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약 100일간 임대선수로 뛰고 1억여원을 받는다. 수비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아테네) 단식4강에 올랐던 김경아는 “탁구가 이제 재미있다. 2012올림픽에서는 결승까지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윤 선임기자 dylee@munhwa.com